“車배터리 1%였던 회사가…” 불가능을 없앤 김준 SK이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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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8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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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0% 점유율 달성하겠다”…업계 ‘불가능’ 평가
폭스바겐 수주·올 폭발적인 투자로 실현 가능성↑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News1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News1
“전기차 배터리 사장은 점차 과점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10%, 2025년 30%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해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당시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쳤고 글로벌에서 고객사도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다임러 정도밖에 없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껏 ‘SK이노베이션의 목표는 목표일 뿐, 실현하긴 어려운 계획’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후발주자로서 국내 LG화학과 삼성SDI에도 한 참 모자란 인지도를 가진 SK이노베이션이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세계 선두권 업체로 뛰어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서였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4일 폭스바겐과 미국 및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보란듯이 체결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계약 규모는 전기차 200만대 분, 약 120GW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량은 300GW 수준으로 추정된다. 40조원에 이르는 수주액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수주잔액 70조~80조원 수준의 업계 1위 LG화학을 바짝 추격하게 된 셈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출하량 점유율(SNE리서치 기준)은 파나소닉이 24.2%로 1위이고 그 뒤를 중국 CATL(20%)과 BYD(12.3%)가 추격하고 있다. LG화학(7.9%)과 삼성SDI(3.7%)는 4위와 6위이고 SK이노베이션은 1% 내외의 점유율로 10위권 밖이다.

다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중국이 자국 내 배터리업체들의 성장을 위해 한국 배터리회사의 사업기회를 박탈한 상황이다. 한국업체들은 현재보다 배터리 보조금이 사라지는 2020년 이후를 내다보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대세’를 인정하고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수주전이 이를 말해준다. 세계 1위 완성차업체이자 가장 공격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는 폭스바겐 수주전이야 말로 배터리업계에 명운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이슈였다.

앞서나가는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김준 사장은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히 준비를 해 왔다. 김준 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배터리사업의 누적수주액’을 묻자 “이제 시작한 게임”이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다만 “아직 본게임은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며 “기술력은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김준 사장의 자신감은 올해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 계획도 쏟아냈다. 한국 서산공장을 4.7GWh 규모로 키우기 위해 증설에 들어갔고, 중국 창저우(7.5GWh)와 헝가리 코마롬(7.5GWh)에 배터리 셀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20GWh, 2025년엔 50GWh 생산체제를 갖추는 게 목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상황을 “쏟아지는 발주 요청을 다 수용하기도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준 사장의 예상대로 배터리시장은 ‘글로벌 톱5’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테슬라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이 근시일 내에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과점시장을 구축할 것으로 본다. 김 사장도 이제 사업에 본격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는 지난 8월 “배터리사업은 반도체처럼 선두그룹이 한번치고 나가면 후발주자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분야”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3~5년에 사이에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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