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온두라스 정글에 숨죽인 마야 고대도시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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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더글러스 프레스턴 지음·손성화 옮김/400쪽·1만6800원·나무의철학

뉴욕 자연사박물관 에디터인 저자 고대도시 ‘시우다드 블랑카’ 탐사
거대 자연 속에서 도시 흔적 발견

고대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 발굴 탐사대의 수석 고고학자 크리스 피셔(왼쪽)와 책의 저자인 더글러스 프레스턴이 ‘T1계곡’을 관통해 흐르는 강을 답사하고 있다. 저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특파원 자격으로 이 여정에 참여했는데 당시 기사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Dave Yoder
고대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 발굴 탐사대의 수석 고고학자 크리스 피셔(왼쪽)와 책의 저자인 더글러스 프레스턴이 ‘T1계곡’을 관통해 흐르는 강을 답사하고 있다. 저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특파원 자격으로 이 여정에 참여했는데 당시 기사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Dave Yoder
2015년, 중미 온두라스 동부 모스키티아 지역에서 고대 도시의 실체가 확인됐다. 이 책은 뉴욕 자연사박물관 에디터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특파원 자격으로 고대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 발굴 탐사대에 참여한 과정을 그렸다.

마야 문명 시기에 번영을 누렸던 이 도시는 그간 신화적인 공간이었다. 발굴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1526년 탐험가 에르난 코르테스의 “부(富)에 있어서는 멕시코를 넘어선다”는 내용의 편지에서 처음 등장했다. 반은 사람, 반은 원숭이인 신비로운 존재가 만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건축에 사용한 돌이 모두 하얀색이라 ‘백색 도시’란 수식어도 붙었다. 수백 년간 이곳을 찾은 과학자, 고고학자, 금 채굴자 등은 보존을 이유로 자세한 위치를 함구해 왔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탐사대는 항공기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해 밀림 지대와 그 속의 모습 등 도시의 윤곽을 잡아냈다. 공공건축물, 거대 토목공사 흔적, 집터, 관개시설, 운하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들도 발견했다.

탐사대 여정은 흡사 영화 ‘인디애나 존스’가 떠오른다. 해발 1600m 산맥이 둘러싼 이곳은 재규어부터 3cm의 독니를 지닌 독사 ‘페르드랑스’ 등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때때로 쏟아지는 폭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원주민들이 ‘지옥문’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 온두라스 마약 밀매상의 위협도 상존한다.

발굴 당시 언론 보도로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한다. 탐사대로 참여했던 대원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담겼다. 이들은 발굴 과정에서 ‘샌드플라이’라는 곤충에게 물리는 바람에 기생충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다. 저자는 번영을 누렸던 도시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더글러스 프레스턴#온두라스#마야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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