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학생 런던서 집단폭행 피해…“英 경찰, 미출동·주영대사관, 나몰라라”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15시 51분


코멘트
사진=A 씨 소셜미디어
사진=A 씨 소셜미디어
영국 런던의 한 번화가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10명가량의 청소년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캔터베리에서 유학중이라고 밝힌 A 씨(여)는 15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11일 오후 5시 50분경 런던의 번화가 중 한 곳인 옥스퍼드 서커스역 인근에서 약 10명의 무리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건의 발단은 친구와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걷던 도중 뒤에서 누군가 머리에 쓰레기를 던져 뒤를 돌아보자 10명가량 되는 백인, 흑인 무리의 청소년들이 있었다. 무시하고 갈 길을 가자 그 아이들은 계속해서 머리에 쓰레기를 던졌다”며 “제가 뒤돌아 그만하라고 하자 한 흑인 여자애가 제 팔을 잡으며 ‘어? 영어할 줄 알잖아? 너 괜찮아?’라며 제 머리에 또 쓰레기를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들고 있던 쓰레기를 그 흑인 여자애에게 던졌다. 그러자 그 여자애가 지금 자기를 밀쳤냐며 저를 바닥에 밀었고, 제가 바닥에 쓰러지자 10명가량의 사람들은 저를 둘러싸고 구타하기 시작했다”며 “제가 다시 일어나서 방어하려 하자, 그 흑인 여자애는 저를 바닥에 다시 던지고 머리와 뺨을 수십 대 때렸고 10명가량의 사람들이 저의 몸을 발로 찼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모두 청소년이었지만 덩치는 대부분 저보다 컸다. 저는 키가 160cm의 작은 체구였고, 그 무리 중 저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뺨을 때린 사람 중에는 키 180cm 정도의 백인 남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그 사람들에게 ‘지금은 21세기다 그만 인종차별해라’고 소리를 지르자 제 머리를 더 때렸다”며 “지나가던 행인 2명이 그 사람들을 막아서며 그만 하라고 하자 그 무리는 떠나는 듯 하더니 저에게 다시 와서 머리를 또 때렸다. 제일 또렷이 기억에 남는 건 180cm의 백인 남자가 마지막으로 제 머리를 때렸을 때 너무 세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해졌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런던에서 가장 번화가인 곳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라곤 지나가던 행인 2명뿐이었고, 모든 사람은 그 상황을 핸드폰으로 찍고만 있었다”며 “집단구타를 제지해 주던 한 남자 행인에게 경찰을 불러줄 수 있겠냐고 해서 전화로 사건을 접수했지만 1시간을 기다려도 경찰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이후 경찰에 몇 차례 더 연락을 취했지만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답변만 들었으며, 경찰에게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남겼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사건을 설명하고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대사관에서는 민사 사건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고, 스스로 영국 경찰에 신고를 하고 답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으며, CCTV 확인을 통해 그들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턱이 부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쇼크 증상 등이 나타나 앰뷸런스를 부르기도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A 씨는 “명백한 인종차별 집단구타가 번화가에서 일어났음에도 출동하지 않는 영국 경찰과 자국민이 영국에서 인종차별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도 나 몰라라하는 한국 대사관, 하지마라 소리쳐도 아랑곳 않고 저를 구타하던 사람들, 그걸 찍고만 있던 많은 사람들”이라며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영국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A 씨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Change.org’에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발생한 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달라”는 청원을 게재했고, 16일(이하 한국 시간) 현재 1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누리꾼들은 “엄중 처벌되길 바란다”, “영국 경찰과 영국인들에게 너무 실망했다”, “우리는 2018년에 영국에서 이런 비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데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말도 안 된다”, “인종차별과 폭력이 허용되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등이라며 지적했다.

한편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옥스퍼드 스트리트 노상에서 집단 폭행 피해를 당한 우리 국민 피해자 분께 안타까운 마음과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재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영국 경찰을 상대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가해자들의 조기 검거 및 처벌과 피해 학생의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대사관 차원의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향후에도 우리 국민이 인종차별 범죄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