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펜스, 대북 해법에 미묘한 입장차…선순환론 VS CVID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5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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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인식의 차이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두 바퀴 평화론’에 기반한 선순환론을 폈고, 펜스 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강조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오전 11시20분부터 35분 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 내 양자회담장에서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과 면담을 한 것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한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북미 간에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성사된 한미 논의 테이블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대북 해법에 대한 인식의 출발선부터 다른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자칫 한미간 이견만 노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처음부터 제기됐었다. 문 대통령은 ‘조건부 제재 완화론’을, 펜스 부통령은 전례없는 대북 압박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짧은 면담 시간 중에 많은 부분을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자칫 이견 노출의 여지가 있는 제재 완화론을 정면에서 주장하기 보다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두 바퀴 평화론’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라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현재의 비핵화 대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우선 강조한 것은 미국 내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로 대북 압박을 주장하는 펜스 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보수진영에서 중시하는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한 한미공조를 언급한 것은 그동안 주장해 온 ‘두 바퀴 평화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두 바퀴 축으로 동시에 굴러갈 때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이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우선 남북관계 개선을 축으로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에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자 미 국무부에서는 ‘동시 진행’을 강조한 바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게 미 국무부의 인식이다.

펜스 부통령 앞에서의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체된 북미 비핵화 협상 분위기 속에서 견고한 대북 제재로 인해 남북 관계마저도 제대로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양측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대화가 선순환하며 진전되도록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양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진전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도 공식적으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 CVID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미 간에는)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에서 진전을 봐야한다”며 “그런 부분을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이 앞으로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공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이뤄진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등의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부족하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위해서는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더욱 긴밀한 소통에 나서달라는 요청도 함께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쪽과 조금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를 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현재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북미 비핵화 대화 테이블 마련을 위해 문 대통령이 중간에서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맥락으로 보면 북미 간에도 이야기나 대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별도로 문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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