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 멘토’ 이정우 “최저임금 충돌, 장하성 아닌 김동연이 옳았다”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11시 08분


코멘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사진=동아일보DB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사진=동아일보DB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경제 멘토’로 불린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관측과 관련, “김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던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진보 경제학자로 통하는 이 이사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조금 과도했던 것이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다. 인상폭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 같고 또 하나 일자리 안정 기금이라는 방식으로 보조해 주는 게 맞느냐 하는 것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김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이 2년간 29%가 올랐는데 적정한가’라는 물음에 “정해진 일이지만 2년간 속도가 좀 빨랐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제가 보기에도 2년의 인상 폭은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크다”며 “참여정부 때 5년간 연평균 10% 정도 올랐는데 지난 2년은 각각 16%, 11%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당한 인상 폭이라는 것이 있는데, 공자 말씀대로 과유불급”이라면서 “적당한 중용을 취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영세업자 등에게 월 13만 원씩 일자리 안정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제가 단골로 가는 식당도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자르고 부인이 대신 와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플러스’인데 고용이 감소한 것은 ‘마이너스’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도 그 폭이 적당한 수준일 때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전적으로 옳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서민은 돈 쓸 데가 많은데 돈이 없어 못 쓴다”면서 “서민에게 소득이 생기면 지출을 많이 하고 그것이 생산을 일으켜 고용, 성장을 일으키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 주요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복지 강화와 같은 더 좋은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복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증세를 언급하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우리는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군에 속한다. 우리가 복지가 약해 노인도 살기 어렵고 저출산·고령화가 빨라지면 성장이고 뭐고 없으니 지금이라도 애 낳고 키우고 하는 게 부담이 안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의 폭에 대해선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연 30조 원 이상 증세를 약속했는데 현 정부 첫해에 증세 규모가 5조5000억 원에 그쳤다”며 “이것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의 무서운 속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증세에 대해)국민에게 설명하면 다 알아듣는다”며 “너도나도 ‘세금 내야 되겠네’라고 생각하게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데 지난 1년 반 그것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들며 “이것이 엄청나게 국민들의 민심 이반을 가져 왔다. 서민들을 살기 어렵게 하고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가진 사람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라며 “사람들이 집 사고 전세 사는 데 돈을 쏟아 부으니 소득주도성장도 안 되고 혁신성장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야기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선 “참여정부 때 2년 반 동안 저하고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시는 부동산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못 잡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때 (부동산 값)오른 건 사실인데 그 전부터 쭉 누적된 결과다. 그 전부터 내려오는 규제 완화로 아파트 투기가 많이 일어났고 참여정부가 그 결과를 떠안았던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세 중과 등등의 정책 효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원톱’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그게 맞다”면서 “정책실장은 큰 그림, 방향을 제시하고 현안은 부총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거의 위기에 가깝다고 해야 되겠지만 너무 위기라는 말을 남발하는 것도 부정확하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저는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어렵다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원인이 소득주도성장 때문은 절대 아니라면서 “지금 어렵기 때문에 그럴수록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하면 빛을 발할 거다.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경제 ‘투톱’을 향해 “현재의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이 세 가지는 방향이 아주 정확하고 잘 잡은 거다. 다만 그 수단에서 다소 좀 소극적이었다”며 “어려울수록 더 적극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열심히 하면 머지않아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선 “지금 남북 관계는 참 많은 성과가 나기 시작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제 크게 불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며 “국내 정책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시고, 소통을 좀 더 하시고 그렇게 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