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회의 소집한 베테랑… 마법이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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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PO 5차전 9회 동점 허용… 박정권 “힘내자… 무조건 이긴다”
‘인생 경기’ 투지 우승으로 이어져

SK는 최강이라던 두산을 꺾고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연장 13회 끝에 한동민의 결승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한국시리즈 6차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그런데 SK 관계자들이 우승의 발판이 되었다고 꼽는 경기는 따로 있다. 2일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다.

이날 경기도 플레이오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기로 평가된다. 플레이오프 사상 가장 늦은 시간인 오후 11시 24분에 끝났다. 주인공은 역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린 한동민이었다. 이날 이겼기에 SK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SK는 9-4로 앞서다 9회초 5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이때 SK 벤치는 단체로 충격에 빠졌다. 경기 흐름이 단숨에 넥센으로 넘어갔다.

SK 손차훈 운영팀장은 “모든 선수가 ‘이제 졌다’고 느낄 때 유일하게 한 선수가 나섰다. 베테랑 박정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정권(37·사진)은 공수교대에 앞서 더그아웃 미팅을 소집했다. 멘털(정신력) 붕괴에 빠진 선수들에게 그는 “동점은 됐지만 승리는 우리 것이다. 넥센은 이미 모든 투수를 다 썼다. 연장에 가면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SK는 10회초 1점을 더 내줘 9-10으로 뒤졌다. 하지만 박정권의 예언이 현실이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회부터 등판한 넥센 신재영의 구위가 떨어졌지만 바꿀 만한 투수가 없었다. 10회말 선두 타자 김강민은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한동민이 끝내기 홈런을 쳤다.

기적처럼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 선수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갖고 경기를 즐겼다. 박정권은 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나이만 많다고 고참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 후배들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오게 됐다. 8년 만의 우승도 후배들 덕분이다.”

SK의 가을을 가장 빛나게 만든 선수의 겸손한 소감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 와이번스#박정권#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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