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부 존재 이유 묻는 초유의 법관 탄핵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국회에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재판독립 침해 행위가 위헌적 행위였음을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법관들이 동료 법관들의 탄핵을 촉구한 것은 사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초유의 법관 탄핵론이 논의되면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당장 고위 법관들을 중심으로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정치적 악용 우려와 안동지원 판사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같이 국회 가결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관 탄핵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5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의 ‘형사상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뒤집고 사실상 검찰 수사를 의뢰한 뒤 잠복했던 법원 내부의 갈등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양승태 대법원 때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전·현직 판사 80여 명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다. 현재 사법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로까지 비화됐다. 하나같이 사법부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초유의 일들이다.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사법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은 무겁다. 법원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발상은 행정과 사법을 분리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며 재판 신뢰도 뒤흔들었다. 그동안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온실 속에 있던 사법부가 검찰 수사에 이어 일부 법관이 국회의 탄핵 소추까지 받게 될지 모를 현 상황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자초한 업보다.
#임종헌#재판거래#법관 탄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