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갤럭시 카메라 보완하라”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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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3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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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럽 출장서 매장 혼자 방문, 스마트폰 반응 살펴
귀국후 고동진 사장에 “현장 피드백 제품에 적극 반영”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 서초사옥 1층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에서 주요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을 직접 들고 제품과 기능을 소개했다.(삼성 제공) © News1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 서초사옥 1층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에서 주요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을 직접 들고 제품과 기능을 소개했다.(삼성 제공)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내년 초 폴더블폰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카메라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돌려세울 만한 새로운 카메라 탑재를 준비 중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길에서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글로벌 거래선과 매장·고객 의견을 청취한 후 최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 카메라 기능 개선에 대한 디테일한 의견을 전달했다. 사업 구상으로 연일 숨가쁜 현장경영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의 한 스마트폰 매장을 혼자 찾아가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갤럭시의 장단점과 경쟁사 제품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현지 매장 직원이 지적한 사항을 메모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귀국 후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의견을 취합해 고동진 사장 등 무선사업부 고위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스마트폰의 향후 혁신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선 갤럭시의 ‘오토 포커스’와 광각 카메라 설정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논의 결과 최신 기술의 프리미엄 기능도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과 매장 등 현장의 솔직한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해달라는 이 부회장의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이 부회장의 의견 등을 반영해 애플 아이폰을 넘어서는 카메라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기능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평소 수행비서를 대동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 부회장은 해외출장 중 홀로 매장을 찾아가 직접 고객의 반응을 체크하곤 한다”며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에서 듣는 VOC(Voice of Customer) 가운데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업부에 의견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스마트폰 사업 챙기기는 지난 7월부터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 인도의 스마트폰 생산라인 준공식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고, 지난달에는 삼성 스마트폰 최대 생산기지인 베트남의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했다.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 생산기지 조정 등 전략 검토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유럽 출장길에 스마트폰 판매 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 전사 영업이익의 80%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반도체 편중화’가 심하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의 추격에 실적마저 하락세를 탄 무선사업부의 사기도 많이 꺾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룹 총수가 직접 스마트폰 세계 1위 수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혁신을 주문하면서 무선사업부 내부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폴더블폰 출시 계획을 앞당긴 것도 혁신의 DNA를 다시 심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읽힌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예상을 깨고 폴더블폰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기술적 장벽을 허물고 모바일을 새롭게 정의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현장경영은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삼성전자 조직 전체 분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캐나다,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 잇따른 해외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면서 투자와 혁신 정체에 대한 삼성 안팎의 우려들도 잦아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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