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北, 당근 줬지만 핵사찰 허용안해… 채찍 거두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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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무산뒤 냉각 장기화 우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당근을 줬다. 우리는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들(북한)은 제재 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8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 해제 불가’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관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기 전 여론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회의가 끝난 직후 다시 기자들을 찾았다. 로이터통신은 “헤일리 대사가 안보리 회의 전후로 대북제재 관련 발언을 통해 ‘지금은 북한이 행동할 차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 말 사퇴하는 대북 강경파인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까지 중단하며 많은 ‘당근’을 내밀었는데 북한은 제재를 해제해줄 만큼의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여전하다”며 “그들(북한)은 사찰관이 들어가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을 사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코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며 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이 허용되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뜻이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위한 제재 유예까지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주민이 아닌 권력자와 정권한테 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 연기를 미국 중간선거 당일(6일)에 요청한 배경에는 제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에 화가 나 있다”며 “자신들이 (비핵화 관련) 추가 조치를 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CNN은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얻어낼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6일 전화를 걸어 회담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자 북한은 선전매체들을 활용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9일 논평에서 비핵화와 남북 협력, 대북제재 등을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실무팀 조작 놀음’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북남(남북) 협력 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면서 “북남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대양 건너에서 사사건건 걸고 들며 훈시하다 못해 이제는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도 이날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이제는 아예 정례훈련이라는 간판 밑에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강행해 대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3일부터 17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통일부는 9일 “조 장관이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을 만나 남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의 방미는 2014년 12월 류길재 장관 이후 4년 만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 기자
#헤일리#북미#핵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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