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구자 5년만 밀어주면 성과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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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행정전문가 페터 그루스 총장
“한국, 재원 많지만 학문자유 부족… 신진학자를 책임자로 앉히고
연구비 보장하면 창의적 성과 나와”

“100%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일단 젊은 연구자에게 책임자 역할을 맡기고 5년간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보장해 보세요. 이런 방식이 연구자를 (재정 문제로부터) 독립시키고, 창의적인 성과를 만들 겁니다.”

페터 그루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OIST) 총장(69·사진)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도약하기 위해 무엇보다 젊은 연구자의 ‘독립’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루스 총장은 생물학자이면서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회인 막스플랑크연구회(MPG)의 회장을 12년간(2002∼2014년) 지낸 과학 행정 전문가. 그는 2011년 오키나와에서 개교한 이공계 대학원대학교인 OIST 총장에 2016년부터 재직 중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열린 학술대회 ‘분자세포생물학의 최근 동향’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그루스 총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고 포스텍과 포스코, 성균관대와 삼성 등 산학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를 지닌 탁월한 나라다. 하지만 우수한 연구 성과가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학문적 자유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안정적 자금 지원 및 관리체계를 만든다면 연구자의 학문적 자유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팁’도 여럿 소개했다. 먼저 소규모 연구그룹이 성과를 내기에 좋단다. 그루스 총장이 제시한 연구자 수는 8명이다. 그는 “유럽은 유럽연구위원회(ERC) 주도로 이런 소규모 연구그룹에 젊은 신진학자를 책임자로 앉히고 5년간 연구비를 준다”며 “평가는 이후에 하고, 필요하면 2년 더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친 연구자는 유럽의 다른 연구소나 대학의 교수 등으로 진출한다.

그루스 총장은 “연구기관이 단독으로 연구비를 마련할 게 아니라 기초과학연구원(IBS), KAIST 등이 파트너가 돼 전체 지원비를 키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체 교원이 60여 명에 불과한 대학원대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래 연구해 온 유럽의 기초 연구 시스템을 실험하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과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아예 학과를 없앴다. OIST의 모든 교수는 물리, 생명 등 원하는 분야를 넘나들 수 있다. 그루스 총장은 “일본의 대학 구조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작은 신진 학교여서 (일본) 산업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페터 그루스#과학 행정#오키나와과학기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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