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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부모 “쌍둥이 0점 처리” vs 학교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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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부모 “쌍둥이 0점 처리” vs 학교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구특교기자 입력 2018-10-23 20:01수정 2018-10-2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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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부정을 저질러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밀려나게 됐어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학생들은 졸업한 뒤에요. 빨리 쌍둥이 딸 시험 점수를 0점 처리해서 학년이 바뀌기 전에 (성적을) 되찾고 싶다는 겁니다.”

22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한 회의실.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한 학부모가 목소리를 높이며 학교 측에 두 학생의 ‘0점 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 측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교칙상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뒤였다.

이날 회의는 교장과 교직원, 학부모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이번 회의의 주요 논의 대상은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A 씨와 쌍둥이 딸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여부였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학교 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설전이 오갔다.

● “3학년 전 0점 처리” vs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숙명여고 운영위원회 회의 녹취 파일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부분은 학년이 바뀌기 전 2학년인 쌍둥이 딸의 점수를 0점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숙명여고의 내신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현재 2학년 학생들이 3학년이 되는 내년에 성적이 정정되면 수시 지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회의에 참여한 학부모 B 씨는 “퇴학은 나중에 시키더라도 성적 정정만큼은 학년이 바뀌기 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장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학교가 징계할 근거가 없다. 그 전에 학교가 임의대로 (0점 처리하는 것은) 성적 조작이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C 씨는 “내신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등수 하나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고, 갈 수 있는 대학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A 씨에게 월급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학교 측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시교육청 “확정 판결 전 쌍둥이 딸 징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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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생에 대한 징계 처리는 학교 선도위원회(선도위)에서 결정한다. 선도위는 5~10인으로 교직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교감이 맡는다.

‘2018년 숙명여고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는 ‘고사 중 부정행위를 했거나 동조한 학생’은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통해 명백한 부정행위가 드러나고 학생 과실이 입증되면 0점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7월 광주의 한 고교에서도 학교 운영위원장 D 씨가 시험지를 빼돌려 자녀에게 건넨 것이 밝혀져 자녀의 시험 점수가 0점 처리됐다. 당시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학교는 부정행위를 확인한 뒤 징계했다.

또 쌍둥이 딸의 퇴학 처리 여부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 따라 ‘형법상 유죄로 판결된 학생’에 대해서만 퇴학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기준에는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시험 문제를 사전에 절취하거나 절취 후 누설한 학생’에 대해 최대 퇴학 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선도위에서 이 조항을 두 학생에게 적용할지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도위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퇴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사건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두 학생이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학교 측이 신중한 자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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