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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빗나간 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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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빗나간 父情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8-10-23 03:00수정 2018-10-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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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특성상 한 달 반 만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 세 살배기 딸은 한동안 못 본 아빠가 낯선지 곁을 주지 않는다. 다음 날 다시 현관을 나서는 그에게 어린 딸은 이렇게 인사했다. “또 와.”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7월 방한했을 때 털어놓은 얘기다. 피가 섞였다는 사실만으로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그때의 깨달음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이어졌다.

▷진정한 아버지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아버지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착각과 오해에서 비롯된 부정과 비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에서는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의혹의 핵심 인물이 되면서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던 쌍둥이 딸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 경찰은 자매의 휴대전화에서 3과목의 시험정보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과 스펙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 자녀가 공부를 잘하려면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란 이야기도 옛말인가. 교사 아버지의 내신 비리 의혹에 이어 교수 아버지들도 빗나간 부정(父情)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국감에서 국립대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와 아들을 둘러싼 성적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의 교수는 2014년 편입한 아들에게 자신이 맡은 8개 과목을 듣게 하고 전 과목 A+를 줬다. 성적이 나쁜 과목은 아버지의 수업을 재수강해 A+를 받았다고 한다. 입시용 경력을 위해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는 등 교수 사회의 연구 부정에 대한 교육부 조사도 교수 아버지가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한 서울대 교수가 논문 43편에 아들의 이름을 올렸다 적발됐다.

▷바깥일을 방패 삼아 자녀 교육에 전적으로 무심한 것도 문제지만, 그 관심이 지나쳐서 자녀에게 부정과 꼼수를 전수한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하는 아버지. 김현승 시인이 노래했던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아쉬운 계절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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