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급등한 제주, 稅부담에 인상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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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너무 올라 힘들다” 민원 빗발
올해 기초연금 신청자 42% 탈락… 건보료 등 61개 항목 직접 영향

올해 제주도에는 토지 개별공시지가 이의신청이 3025건 접수됐다. 개별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접수 건수도 역대 최대인 636건이었다. 대부분 “땅값, 집값이 너무 올라 힘드니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항의성 민원이었다.

제주에선 작년에 토지와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기초연금을 새로 신청한 고령자(4396명)의 41.7%(1833명)가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제주대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수령액도 2년 전보다 12.9% 줄었다. 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국감정원의 ‘2017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토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41.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투자자들이 제주로 몰리면서 제주의 개별공시지가가 2015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상승률이 다 반영되지도 않았다. 도 관계자는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면 조세나 복지체계에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점진적으로 반영하다 보니 현실화율이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제주의 사례는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에 착수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매기는 잣대가 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등 공공 분야에서만 61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의 선정 기준에도 보유 자산 공시가격이 포함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공시가격을 30% 올리면 서울 거주자의 평균 건강보험료는 11만4233원에서 13만3992원으로 17.3% 오른다. 각종 복지 혜택 탈락자도 나올 수 있다.

국토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작업에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10월부터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 때 올해 집값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들쑥날쑥한 공시가격을 일괄 조정하기보다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핀셋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땅값#제주도#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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