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혈통’ DNA 공개… ‘포카혼타스’ 의원, 트럼프에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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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사실상 2020 대선 출마선언
“6~10세대 이전 조상에 원주민 포함”, 가짜 논란 부른 트럼프에 정면 반박
입증땐 100만달러 기부약속 트럼프
“원주민 피 1024분의 1쯤 섞였나… 국민 상대로 사기치는 것 사과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9·매사추세츠·사진) 간의 이른바 ‘포카혼타스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을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라고 부르면서도 “워런의 원주민(미국 인디언) 혈통은 가짜”라고 주장해왔다. 올 7월 유세에선 “당신(워런)이 인디언이라는 걸 증명한다면 ‘트럼프’ 명의로 당신이 원하는 기관에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기부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워런 의원은 15일 자신이 원주민 피를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전자(DNA)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이날 DNA 분석 전문가인 카를로스 부스타만테 스탠퍼드대 교수는 “워런 의원이 의뢰한 DNA 표본 분석 결과 6∼10세대 이전에 워런 의원의 조상 중 원주민이 포함돼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의 조상 대부분은 유럽 출신이지만 원주민 조상을 두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날 워런 의원은 자신이 대학 교수 시절 소수인종임을 내세워 교수직을 차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그와 함께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행크 굿먼 변호사는 영상에서 “당시 학교가 워런을 교수로 뽑은 것은 그가 채용 시장에서 최고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런 의원이 이처럼 강하게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100만 달러 기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DNA 검사에 대해) 누가 신경이나 쓰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은 트위터에서 “나는 당신(트럼프)이 말한 ‘100만 달러 기부’ 약속을 기억한다. 그 수표를 국립원주민여성인력센터(NAWRC)에 보내라. (앞으로도) 당신의 인종차별주의에 결코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다음 날인 16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도 “그녀(워런)는 가짜 DNA 검사를 받았고 평균적인 미국민보다도 훨씬 적은 1024분의 1에 해당하는 (원주민의) DNA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강공으로 돌변했다. 이어 “워런은 미국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은 이날 “워런의 반부패 진보 성향은 트럼프에 맞서고자 하는, 점점 왼쪽으로 가는 민주당 유권자들과 잘 어울린다”라며 그를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후보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워런 의원의 DNA 검사 결과 공개가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의 서막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워런 의원을 집요하게 비난해 온 것은 그만큼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런 의원을 ‘포카혼타스’라고 부른 것은 2014년이 처음이지만, 본격적으로 워런 의원의 원주민 혈통 문제를 물고 늘어진 건 2016년 대선 국면에서 워런 의원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면서부터였다.

특히 2016년 5월 ‘트럼프 대 워런의 4시간 트위터 전쟁’은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얼간이(goofy) 워런 당신이 약하고 무력하지. 말만 많고 행동은 없고”라고 하자 워런 의원은 “트럼프라는 ‘불리(bully·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는 딱 한 가지 기술밖에 없지. 역겨운 거짓말 하는 것 말이야”라며 맞받았다. 이 트위터 설전 직후 미 언론들은 “민주당의 대(對)트럼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워런이 급부상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인디언 혈통 dna 공개#포카혼타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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