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맘카페, 교사 사망하자 추모 물결…카페 매니저 “이모도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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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6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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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맘카페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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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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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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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에서 아동 학대 의심을 받고 신상이 유포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해당 맘카페에서는 추모 글이 올라오고 있다.

15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쯤 김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8)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4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A 씨의 주머니에는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후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생의 이모인 B 씨는 11일 김포 지역의 한 맘카페에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하며 자신의 조카가 당한 일이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B 씨는 어린이집 소풍에서 조카가 A 씨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교사가 돗자리 흙털기에만 신경을 써서 조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현장 상황을 보지 못했고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B 씨는 당시 주변 사람들이 A 씨 행동에 수군거렸고 일부는 A 씨를 나무랐다고 했다.

이후 A 씨의 신상이 공개됐고 해당 어린이집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또 B 씨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A 씨에게 폭언하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 A 씨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

A 씨의 동료는 맘카페에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견학 날 교사에게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교사의 반과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순식간이었다. 원장, 부원장, 교사가 모두 이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모는 오히려 더 소리를 질렀다. A는 모든 걸 자신이 짊어지고 떠났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를 남겨두고 떠날 결심을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해당 유치원의 학부모도 맘카페에 "제 아이의 담임이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더 이상 선생님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길 바란다. 제발 도와달라. 저희 아이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요"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A 씨의 사망 이후 온라인에서는 김포맘카페의 도 넘은 신상털기, 마녀사냥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보육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며 A 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현재 해당 청원 글은 하루 만에 4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A 씨를 비판했던 해당 맘카페는 A 씨를 추모하는 분위기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스로 맘충이 되지 맙시다", "지금은 반성하고 추모할 때"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15일 저녁 맘카페 매니저는 공지사항을 통해 추모 글을 삭제했다가 다시 추모 글을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매니저는 "이번 사건의 이모님이 글을 올렸을 때 저희는 그 글을 불량 게시글로 처리했다. 어린이집 이름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3자이기게 확인된 경우 아이의 엄마가 글을 올리는 것은 허용하겠다 했다. 그랬더니 저희는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어린이집과 내통한 파렴치한 사람들이라고 비난 받았다"라고 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셨다. 그리고 지역맘카페는 맘충들의 모임이 되고 급기야 이모분에 대한 신상털기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회원들의 프로필 사진이 공개되고 댓글들이 공개되고. 어찌해야 할까. 아이가 아픈게 싫었고 누군가 살인자로 몰리는 걸 모른 채 할 수도 없는 저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는 그 이모님 마저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실까 두려웠다"라며 추모 글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매니저는 "추모 글은 막지 않겠다. 다만 비난과 원망과 분노가 아닌 추모로만 가득차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마무리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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