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상풍력 국제입찰… “외국업체만 배불릴 것”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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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해상풍력 입찰방식 변경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 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 사업의 발전기 공급업체가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외국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풍력산업계에선 외국 업체들의 한국 공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풍력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 한림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림해상풍력 SPC(특수목적법인)는 8월 초 입찰 사전예고를 통해 국내외 국제입찰 방식(International Bid)으로 진행하겠다고 공고했다. 이후 9월 초 ‘국제상관례에 의한 계약방법 결정’이라는 내부 문서를 통해 사실상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풍력발전기 공급자를 선정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한림해상풍력 사업은 100MW 규모로 사업비만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해상풍력 사업이다. 한국전력과 한국중부발전이 SPC 지분 중 각각 29%, 2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SPC 관계자는 “일단 국내외 업체들이 경쟁하는 국제 입찰로 방향을 잡은 건 맞지만, 최종 확정은 아니다. 국내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이 생기진 않을지 등 최종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 입찰로 확정된다면 국내 풍력업계는 ‘외국 업체들만 배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있는 풍력발전기 573기 중 51%가량이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미국 GE 등 외국산 풍력발전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국산도 40%가 넘지만, 2014년부터는 매년 외국산 발전기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산은 해외에서 다 만들어서 들여오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한국 풍력업체들이 외국 선진업체들에 비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밀린다. 점차 커져가는 국내 풍력시장을 사실상 외국 업체들이 싹쓸이해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은 “국내 풍력산업이 활성화될수록 외국 기업만 배부르게 되는 구조”라며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국내 풍력발전기 등 기자재 제조사는 9곳이었지만 현재는 4곳만 남았다.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려 국내 업체가 갈수록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풍력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를 하러 나갔는데, ‘한국에서 사업을 얼마나 했느냐’고 묻더라. 한국 수주 실적이 없다보니 해외 영업이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국내 업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국내 풍력산업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캐나다 등 해외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 캐나다의 경우 외국 업체에까지 발주를 하긴 하지만, 자국 기자재 사용 비율을 정해 자국 산업을 육성 및 보호한다. KOTRA는 올해 초 ‘신재생에너지 분야 해외 진출 및 대외협력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국내 풍력 프로젝트 입찰 시 국산 풍력 터빈에 대한 우대와 한국산 부품 사용의무비율 등을 통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해상풍력#에너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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