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가을밤… 추억이 반짝반짝, 주말 나들이 코스로 뜨는 천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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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잡고 가볼 만한 천문대

국립과천과학관의 야간 관측 프로그램(코스모스쿨)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10일 천체관측소 앞에서 직접 굴절망원경을 조작하며 가을 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관찰하고 있다. 천체관측소 2층에서는 지름 1m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더 크게 볼 수 있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립과천과학관의 야간 관측 프로그램(코스모스쿨)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10일 천체관측소 앞에서 직접 굴절망원경을 조작하며 가을 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관찰하고 있다. 천체관측소 2층에서는 지름 1m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더 크게 볼 수 있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철 주말 나들이로 천문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족들의 힐링 코스가 되거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낮에는 맑고 깨끗하게 트인 가을 하늘과 자연을 보고 밤에는 별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다.

지구의 공전으로 하늘에서는 계절마다 바뀌는 별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게 반짝이는 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천문대의 망원경을 통해 가을의 대표적인 별을 찾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 가을철 은하계 여권 비자를 받아 볼까

“별나라로 입국하는 여권을 받으세요.”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국립 과천과학관 내 천체관측소에 들어오면 안내와 교육을 맡은 전문 지도관이 불쑥 여권 같은 것을 나눠준다. 실제 여권과 아주 흡사하다. 여기에는 북극성 찾는 법과 계절별 밤하늘 별자리 그림과 정보가 쓰여 있다. 사이사이에 사증(VISA) 페이지가 있다. 다른 나라에 입국하면 심사대에서 사증에 입국 허가 도장을 찍어주듯, 가을밤 별을 보고 가면 ‘가을철 밤하늘’ 사증에 별을 봤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사증의 도장을 다 채우면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좋은 추억도 만들어 준다. 다른 사증에 도장을 찍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부모를 조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천체관측소에서는 주중, 주말 야간(20시∼21시 30분)에 초등학생 이상 일반인들이 별을 볼 수 있는 ‘코스모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과천과학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별자리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별을 직접 관측한다.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토요일에는 별과 달을 더 정밀하게 관찰하는 공개관측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관람객들이 직접 망원경을 조작해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실습형 체험이 이뤄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중도가 높다. 박대영 과천과학관 전시총괄과 전문관은 “모든 관람객에게 개인당 1대씩, 사람의 눈보다 100배가량 잘 보이는 구경 70mm, 초점 거리 700mm 굴절 망원경을 지급하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어린 학생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은 파손을 걱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 귀에 쏙쏙 박히는 ‘눈높이’ 레슨

“토성을 보여 드릴까요.”

좀 더 큰 망원경들이 설치된 천체관측소 2층으로 가면 박 전문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별자리 보기에 앞서 책 등에서 자주 접했던 행성, 토성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직경 203mm, 초점 거리 1400mm짜리 망원경의 스위치 리모컨에 토성의 영문 이름을 입력하니,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망원경이 토성이 있는 하늘 쪽으로 방향을 튼다.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의 300배를 확대한 렌즈로 들여다보니 띠를 두른 토성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덤으로 그 주변 백조자리의 쌍성(이중 별)인 ‘알비레오’가 나란히 빛을 내고 있는 것도 보인다.

가을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무슨 자리에 속하는지, 흔히 알고 있는 북극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별마다 왜 크고 작게 보이는지 이해하기 쉬운 레슨이 계속 이어진다. 박 전문관은 연두색 빛이 하늘까지 길게 뻗어 나오는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 가을 하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페가수스(날개 달린 천마) 자리의 별들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2등성 별들인데 잘 안 보이죠? 별들은 등급이 낮을수록 밝기가 좋은 건데, 서울에서는 불빛 때문에 하늘이 파래서 별들이 잘 안 보일 겁니다. 바다에서는 수증기 연무 때문에 별들이 안 보이고요. 그래서 산에서 별이 잘 보이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별 보기 상식을 알려준 박 전문관은 페가수스자리에서 북쪽으로 레이저 포인트를 이동시켜 북극성을 확인시켜 준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북두칠성, 오른쪽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도 육안으로 알려준다. 희미했던 별자리 지식이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다.

화제를 다시 바꿔, 화성이 올해 7월 여름철에는 지구에 가장 가까워져 ―3등성만큼 밝아졌다가 가을 접어들어 0등성으로 어두워졌다거나,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와 이웃한 ‘안드로메다은하’가 서로 다가가고 있다는 ‘깨알상식’도 알려주며 흥미를 돋운다.

○ 별 보고 잠드는 천문대도 인기

아련하고 멀기만 했던 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천문대는 서울시내와 근교에도 많다.

서울의 대표적인 곳은 서울 용산구 청파로 나진전자상가에 위치한 과학동아 천문대이다. 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의자에 누워 가상의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천체투영관에서는 우주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북한산 중턱에 자리 잡은 송암스페이스센터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해발 500m 천문대에서 오전, 오후 별자리 수업과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월 중 야간에는 주 관측실인 뉴턴관에서 알비레오와 베가(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직녀성)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보조 관측실인 갈릴레이관에서는 고리 성운, 헤라클레스자리, 안드로메다은하와 함께 달과 토성, 화성을 집중적으로 관측한다. 관람객들은 펜션인 스타하우스에 묵으면서 1박 2일 우주과학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기 양평군 중미산천문대 역시 밤에는 별을 관찰하고, 낮에는 삼림욕과 자연 생태 학습을 즐길 수 있는 가을 여행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숙박 시설을 갖추고 당일 별자리 여행 프로그램과 함께 1박 2일 별자리와 태양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달 18일에서 25일까지는 관람객들에게 달을 집중적으로 관측해 보여줄 예정이다.

과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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