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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나도 치매 전단계 환자… 치매인식 개선 팔걷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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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나도 치매 전단계 환자… 치매인식 개선 팔걷었죠”

전채은 기자 입력 2018-09-22 03:00수정 2018-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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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매의 날, 한일 언론 공동기획
2018 치매극복수기 대상 조금숙씨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치매극복의 날’ 행사에서 서울시 주최 치매극복수기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조금숙 씨(왼쪽)가 이동영 서울시광역치매센터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는 요즘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치매안심센터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캠페인에 참여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치매극복의 날’ 행사 연단에 선 조금숙 씨(75)는 돋보기안경에 의지해 A4 용지 세 장 분량의 수기를 막힘없이 낭독했다. 이날을 위해 안경도 새로 장만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에게 “많이 긴장하셨느냐”고 묻자 그제야 웃으며 “손주 키울 때 두 줄짜리 그림 동화책이나 읽었지 이렇게 큰 무대에서 글을 읽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자신의 경도인지장애 극복 노력을 담은 수기 ‘지금이 행복한, 조금숙입니다’로 이달 서울시가 주최한 2018 치매극복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와 정상 노화의 중간 단계에 있는 질환으로, 정상 노화 노인에 비해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치매에 걸린다.

조 씨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건 올해 1월. 노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받은 치매 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때서야 해야 할 일들을 금방 잊어버리곤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친정어머니도 12년간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치매의 무서움을 잘 알았다. 조 씨는 “당시 진단을 받은 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 생각이 안 났다”며 “그 후 3주 동안은 엄마처럼 될까 봐 무서워 밤마다 울기만 했다”며 악몽 같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6년 전부터 꾸준히 치매안심센터를 찾으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치매에 대비해왔기에 정신적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 씨는 2010년 남편의 사망에 이어 믿었던 두 아들이 조 씨가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나눠 갖자 우울증에 걸렸다. 원치 않지만 용산에 작은 집을 구해 홀로 살아가고 있다. 응급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수면유도제 없이는 잠도 들지 못하던 중 간호사의 추천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갔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 자신감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조 씨는 “한 번은 치매안심센터 관계자가 ‘나는 뜨개질할 때 코(매듭) 잡는 걸 잘 못한다’며 자신의 신발끈을 풀어 나에게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평소 같았으면 가르쳐 줬을 텐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라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싶어 화를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 씨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주변사람들 덕분이었다.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은 조 씨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치매예방활동에서 그린 그림이 삐뚤삐뚤해도 ‘잘하셨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치매 검사를 받은 뒤 노인 일자리 활동으로 시작한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도 오히려 조 씨에게 힘을 줬다. 일주일에 3번 조 씨가 들고 오는 도시락을 받는 홀몸노인들에게 조 씨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조 씨는 “집 안에 있을 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던 내가 밖에선 그 반대로 느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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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병마와 싸우기 위해 집으로 숨기보다는 세상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조 씨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매월 2회 개최하는 ‘메모리데이 캠페인’이다. 센터 직원들과 함께 직접 거리에 나서 행인들을 만나 치매 인식개선 활동을 하고 주기적인 치매 검사가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치매 이해 게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 씨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내가 직접 노인들을 만나니 더욱 설득력이 있다”며 웃었다. 노인성 치매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실제로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치매 검사를 꺼리는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도 깜빡깜빡 하세요? 저도 그래요”라며 노인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치매 검사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물어보는 것에 대답만 하시면 돼요”라고 설득하는 게 조 씨만의 노하우다.

조 씨는 올해 서울시의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인 ‘기억다방’에 할머니 바리스타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경증 치매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이동식 카페 바리스타로 나서 직접 손님의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한다. 조 씨는 “손님이 유자차와 콜라를 주문하면 하나는 생각이 나는데 다른 하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음료를 잘못 갖다 줘도 손님들이 잘했다고 말해준다. 그럴 때면 ‘나도 이렇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어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7년째 치매안심센터에서 뜨개질 봉사를 해 온 조 씨는 요즘도 매주 목요일 코바늘로 수세미를 만들어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고 있다.

조 씨의 다음 목표는 소박하다. 다음 달에도 자식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는 것’은 많은 치매 환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6년 전부터 조 씨를 담당하고 있는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김윤경 복지사는 “밖에 나갔다 남한테 폐를 끼칠까 걱정이 되고 건강도 좋지 않다 보니 치매 노인들은 집에만 있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격리시키기보다는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치매#세계 치매의 날#치매안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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