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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추석 新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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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추석 新禮記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8-09-22 03:00수정 2018-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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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회로 끝난 동아일보 창간기획 시리즈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아버지는 생전 술은 안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해서 조상 제사 때마다 ‘커피와 바나나만 올려 달라’고 하셨는데 남의 눈 때문에 못 했었다. 이번 제사엔 한번 해보고 싶다”는 댓글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일(忌日) 제사만 있었지 명절 차례는 없었는데 근대에 들어와 일제강점기 때부터 명절 차례가 생겼다. 퇴계 이황의 집안처럼 전통 있는 집안에서는 기일 제사에 충실하려고 하지 명절 차례는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명절 차례가 기일 제사에 더해 또 다른 부담을 더하는 것이라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집성촌을 이뤄 살던 농촌사회에서는 기일이면 가족이 다 모일 수 있었으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은 국가적 공휴일인 명절에나 모일 수 있게 됐다. 차례를 단순히 조상에게 절을 올리는 것으로만 보지 않고 후손들이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화목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요새는 더 많은 후손들이 모일 수 있는 명절 차례가 더 의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명절에 며느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시댁 가서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가 저리도록 전 부치는 일이라고 한다. 상 차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받을 바에야 치킨을 시켜 나눠 먹더라도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게 명절 차례를 지내는 본래 정신이다.

▷남자들은 TV나 보면서 놀고 있는데 그 옆에서 여자들만 음식 장만에 애쓰는 모습은 명절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남녀 차별의 전근대성이다. 명절에 시가와 처가를 다 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우선순위는 시가인 것이 현실이다. 페미니스트 여성도 남편의 동생들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는 언어적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예의만큼 본래 정신을 잃고 형식만 남기 쉬운 것도 없다. 박제화되기 쉬운 예의를 어떻게 시대정신과 조화시켜 갈 것인가. 늘 새롭게 써가야 할 신예기의 과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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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기#명절 차례#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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