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도 못마땅한 팬들의 지나친 비난… “축협, 흔들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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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21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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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 정책 제안 간담회’ 개최

대한축구협회가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축구 정책 제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진솔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표출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대한축구협회가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축구 정책 제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진솔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표출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불특정 축구 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축구를 향한 다양한 제언들을 들어보고자 마련했던 <한국축구 정책 제안 간담회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축구의 나아갈 길을 듣겠습니다’>가 지난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무역전시장 컨벤션 홀 1에서 열렸다. 2시간30분이 훌쩍 넘어가는 장시간 행사였다.

축구협회가 일반 팬들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만들어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축구협회는 조병득 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김판곤 부회장, 홍명보 전무이사, 전한진 사무총장 등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홍명보 전무는 “축구협회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큰 신뢰를 받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내부적인 논의에 그칠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부터라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나아갈 길을 물어보자는 취지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많이 듣겠다”고 모두 발언을 전했고, 그 뒤로는 내내 경청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사실 걱정도 좀 됐던 행사다. 온라인을 통해 제언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참석자를 모셨는데, 어떤 분이 오실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면서 “혹여나 지나친 비방만 넘치면 어떻게 하나, 너무 과열돼 흥분하고 욕설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된 마음도 있었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물론 거칠고 투박한 의견을 낸 팬들도 있었다. 정제된 견해가 아니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내용도 나왔다. 하지만 적어도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모두 각자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분야에 대해 열성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팬들이 팬들을 많이 나무랐다는 사실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일부 팬들의 지나친 흔들기에 축구협회가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일부 팬들의 지나친 흔들기에 축구협회가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한 참가자는 “얼마 전 칠레와의 평가전 막바지에 장현수 선수가 백패스 하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아찔한 일이었다”고 짚은 뒤 “그때 장현수 선수의 표정이 정말 ‘망했다’였다. 왜 그랬을까. 이제 또 엄청난 욕을 듣겠구나하는 좌절감이었다. 축구선수가 실수할 수도 있는데 얼마나 많이 당했으면 저런 공포감이 들겠는가”라면서 팬들의 비난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내가 봤을 때도 팬들의 비난 수위가 너무 높다. 그렇게 흥분하거나 욕할 정도의 사안이 아닌데도 그냥 달려든다”면서 “이렇게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 축구협회가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대표팀 감독 경질이 대표적이다. 히딩크 사태도 그렇다. 팬들이 많이 흔들어도 협회가 판단해서 맞다고 싶으면 뚝심 있게 갈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또 한 참가자는 “과연 그렇게 욕하는 팬들이 얼마나 한국축구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언제나 응원한다”고 말한 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자극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한 두 경기 못했다고 감독 흔들지 말고 진중한 자세로 한국축구를 바라봤으면 한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 전한진 사무총장은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모두 웃어버린 발표도 있었지만 곱씹어보면 그 의견 속에도 협회가 경청해야할 내용이 있다”고 말한 뒤 “맹목적인 비난을 던지는 팬들은 소수이고, 다수는 진심으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면서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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