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평화 헌신 위대한 리더 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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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前유엔사무총장 별세
평직원 출신 최초 사무총장 올라… 빈곤퇴치등 공로 2001년 노벨평화상
文대통령 “한반도 평화 응원 새길것”


전 세계에 유엔의 인지도를 높이며 ‘외교계의 록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80세.

아프리카계 흑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른 그는 10년간 뛰어난 지도력과 중재력으로 유엔을 이끌며 빈곤과 에이즈 퇴치 등 전 세계의 안정을 위해 힘썼다. 이 공로로 2001년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1938년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 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된 뒤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인질 900여 명의 석방을 이끌어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3년 평화유지군 담당 사무차장으로 전격 발탁됐고, 1997년 유엔 제7대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유엔 평직원 출신 최초의 사무총장이었다.

유엔 내부 사정에 밝았던 그는 파산 직전에 놓여 있던 유엔을 되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가장 먼저 손을 댔다. 유엔 사무국 내 1000개의 직책을 없앴고 중복되는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힘을 쏟았다. 또한 그는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엔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인도주의적 개입’을 확산시켰다. 이전까지 유엔은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평화유지군 담당 사무차장을 맡고 있던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그는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유엔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친미 사무총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날엔 “유엔과 국제사회에 모두 슬픈 날”이라며 탄식했다. 이듬해엔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임기 말 그는 이른바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평판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부인의 모국 스위스에 코피 아난 재단을 세우고 평화 전도사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별세 소식에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의 응원도 특별히 가슴에 새겨 넣을 것”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코피 아난#유엔 사무총장#노벨 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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