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병호 前국정원장 “대법원장도 특수활동비 쓰는데…” 보석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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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21억여 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불법 상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78)이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이 전 원장 측은 “정보활동이나 수사 업무를 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도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다”면서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불법 상납’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에 3일 보석(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 신청서를 냈다. 올해 6월 15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된 지 50일 만이다. 석방 필요성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의견을 듣는 심문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 전 원장 측은 보석을 청구하면서 자신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원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것은 국정원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이 전 원장의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정작 대법원장 등 법원 고위관계자들은 특수활동비를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에 썼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 측은 “상고법원 로비에 돈이 사용됐다고 의심돼 검찰 수사가 좁혀져 가고 있다”며 “앞으로 대법원장 이하 대법관들까지 국고손실죄로 재판받고 구속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에 지급되는 특수활동비 역시 기재부 예산처리 지침에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 정보수집,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쓰도록 규정돼있다”며 “하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정보나 수사업무를 하지 않고 법원 내부 직무감찰이나 사무감사 활동에 특활비를 사용하는게 적합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 전 원장 측은 고령과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호소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70세 이상 고령이거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 지휘에 따라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이달 21일 오전 10시로 예정돼있다. 재판부는 이날 보석 신청과 관련해 심문 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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