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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대화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쌓여가는 비핵화 협상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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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완준]“대화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쌓여가는 비핵화 협상 비관론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8-08-16 03:00수정 2018-08-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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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 관변학자, 중국 매체 기자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기자는 “북한의 석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수출 금지 품목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상당수가 중국으로 가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었다. “북한은 미국을 불신하지만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한다. 중국도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지켜야 미국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던 터였다.

그런데 중국 매체 기자는 “금지 품목이 어디로 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자마자 “한국”이라고 대답했다. 한국도 북한산 석탄을 밀반입했다는 점을 은연중에 반박한 것이다. 말문이 잠시 막혔다.

그간 안보리 대북제재의 구멍 하면 중국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안보리 제재는 지킨다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얼마 전 만난 한반도 전문가인 중국인 학자 A 씨도 “안보리 제재는 중국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며 “제재가 곧 풀릴 것이라는 북-중 접경지역의 기대는 베이징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이 연루된 제재 구멍이 많다. “중국은 제재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의심도 여전하다. 한번 생긴 불신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런 불신들이 쌓이고 쌓여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돼 왔다. 미국에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중국 내에서도 비핵화 협상이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기자와 토론했던 중국 관변학자, 중국 매체 기자도 비관적이었다. 그들은 “미국을 믿지 못하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도 북한을 불신한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이 처음에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 노력을 믿는 듯했지만 이제는 신뢰하지 못한다. 지금 가장 절박한 건 문재인 정부 아니냐”라고도 했다.

중국인 학자 A 씨도 역시 비관론을 펼쳤다. 근거는 한반도 주변국이 모두 불신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안 좋다” “한중 관계도 사드를 둘러싼 불신이 여전하다” “북-중 관계도 회복 분위기지만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중국이 비핵화 문제에서는 북-미 대화를 그저 관망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기 이익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한국 말 들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불신들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깨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대화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비관론을 보였다.

교착 상태의 비핵화 돌파구를 마련하는 건 분명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측 인사들의 일방적 비관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핵화 문제에서 제3자인 중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 약화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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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나오는 비관론을 기대로 바꾸는 역할을 문재인 정부가 하려고 한다면 결국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한 남북, 북-미 간 불신뿐 아니라 한미, 한중 간 불신, 나아가 북한산 석탄 반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도 완전히 불식해야 한다. 한국마저 미국, 중국,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상황은 정말 위험해질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한반도 비핵화#북한 석탄#유엔 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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