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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놓인 작은 관들… 충격받은 아이들 “미국에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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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놓인 작은 관들… 충격받은 아이들 “미국에 죽음을”

서동일 특파원 입력 2018-08-15 03:00수정 2018-11-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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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통학버스 희생자 합동장례식
사우디 폭격에 어린이 40명 희생… 폭격 직전 현장학습 동영상 공개
국제사회 비난에 사우디 “즉시 조사”
어린아이 시신이 담겨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작은 관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관들은 모두 이슬람교의 상징인 초록색. 관은 아이들의 사진으로 덮여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군의 예멘 통학버스 폭격 사건’으로 사망한 이들의 합동 장례식장 모습이다.

합동 장례식이 열린 13일 예멘 사다주(州) 자흐얀 지역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 손에는 죽은 아이들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들이었다. 9일 발생한 사우디군의 통학버스 폭격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1명. 이 중 40명이 6∼11세 아이들이었다. 광장에 모인 여성과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도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는 예멘의 반정부세력인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합동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희생자 유족이라고 밝힌 아부 하니 씨는 “학교버스 안 무고한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공격이 벌어졌다. 너무 큰 재앙이다”라며 오열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예멘 국민에 대한 잔인한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CNN 등 외신에서는 폭격 직전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휴대전화로 폭격이 일어나기 불과 한 시간 전 상황을 찍은 동영상에는 현장학습을 위해 버스에 오른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생생히 담겼다. 사망자 상당수가 내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어린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예멘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폭격 직후 사우디는 “예멘 반군 후티의 미사일 발사대를 목표로 한 적법한 작전이고 국제법을 준수했다. 후티가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죄 없는 아이 40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사건이 벌어지자 올해로 4년째인 예멘 내전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2015년 1월 예멘 반군이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을 점령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멘 내전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정부군 지원)와 이란(반군 지원)의 개입이 이뤄진 뒤 사실상 ‘중동 패권 경쟁 전쟁터’가 된 상태다. 이 내전으로 예멘 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원조와 보호가 필요한 비참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인 영국의 캐런 피어스 유엔 주재 대사는 “믿을 만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보리가 직접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빠르고 투명한 조사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이번 사건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를 즉시 시작하고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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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통학버스 희생자 합동장례식#국제사회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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