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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평생 어려워”… 캥거루족 늘어가는 美-英 밀레니얼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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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평생 어려워”… 캥거루족 늘어가는 美-英 밀레니얼세대

위은지 기자 입력 2018-08-15 03:00수정 2018-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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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1% 오를때 집값은 75% 껑충… 베이비붐 세대보다 집 보유율 낮아
금융위기후 모기지론도 힘들어져… 부모에 목돈 빌리거나 부모집 거주
부의 대물림 심화-세대갈등 우려
“당신들(기성세대)은 집을 갖고 있지만, 우리(밀레니얼 세대)는 당신들보다 조금 더 좋은 샴푸를 갖고 있을 뿐이다.”

영국 최대 광고업체 WPP의 콘퍼런스 부문장인 엘라 키런(31)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일하는 그는 성공한 30대이지만 무주택자다. FT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비앤비 등의 등장으로 여행 비용은 예전에 비해 저렴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중요한 요소인 주거 비용은 매우 비싸졌다”고 전했다.

FT는 2주 전 기획 시리즈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2000년 이후 성인이 된 2030세대)가 겪는 주거 불안을 집중 조명했다.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의 뒤편엔 ‘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과 분노가 있다.

“영국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1은 평생 집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레절루션 파운데이션은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에 비해 낮다.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어번인스티튜트는 미국의 25∼34세 인구의 자기 집 소유 비율이 1990년 45%, 2000년 45.4%에서 2015년 37%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영국 싱크탱크 IFS가 올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996년 연봉 1만7900∼2만4600파운드(약 2500만∼3550만 원)이던 25∼34세 영국 베이비붐 세대의 65%는 자기 집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20년 전 연봉과 비슷한 수준인 2만2200∼3만600파운드(약 3200만∼4400만 원)를 버는 25∼34세 밀레니얼 세대 중 자가 소유자는 27%에 불과하다.

집 장만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임금 상승률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집값 상승률이다. 5월 미국 아파트 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집값과 집세는 2000년 대비 각각 75%, 61% 상승했지만 35세 이하 가구 소득은 같은 기간 31%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통계청은 22∼29세 런던 직장인의 연봉과 런던 집값을 비교했는데 1999년 집값은 연봉의 3.9배였지만 2017년엔 13배로 뛰었다. 캐나다의 한 부동산업체는 밴쿠버, 토론토 등 대도시 7곳에서 밀레니얼 세대 부부가 월급을 모아 집값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이달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덕을 보지 않으면 자기 집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목돈을 빌리기 위해 ‘부모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난해 HSBC은행 조사에 따르면 호주 밀레니얼 세대 중 자가 소유자의 3분의 1은 부모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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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를 아끼기 위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느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한 4명 중 1명은 돈을 모으기 위해 여전히 부모와 살고 있다. 미국에서도 부모나 친척 집에 사는 25∼34세 비율이 2000년 15.3%에서 2016년 26.3%로 훌쩍 뛰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멀어지면 부모 세대의 빈부가 자식 세대에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세대 간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각국 정부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생애 첫 집 구매자에게 집값의 최대 20%를 대출해주는 ‘헬프 투 바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효과는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은 각 도시가 집값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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