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선금 보냈던 한국, 경제기적 이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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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주북한 겸임 駐韓뉴질랜드 대사

필립 터너 신임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개인적으로 북한에 가보고 싶지만,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했다.
필립 터너 신임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개인적으로 북한에 가보고 싶지만,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했다.

“제가 어릴 때인 1960, 70년대 뉴질랜드에서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 자선기금을 보냈습니다. 우리 집도 가난했지만 아버지는 매달 한국의 극빈 가정에 돈을 보냈죠. 그런데 아마도 (그 돈을 받았던) 한국 가정이 지금은 우리 집보다 더 부자가 돼 있을 겁니다.”

필립 터너 신임 주한 뉴질랜드 대사(58)는 1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 행사장에서 만난 기자가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한국과의 첫 인연을 소개하며 웃었다. 이어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한국은 기적의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릴 때 한국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였고,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였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했고, 지금 두 나라의 (생활)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경제 규모는 오히려 한국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이 세계 12위(1조6923억 달러), 뉴질랜드는 50위(2028억 달러)다. 1인당 GDP는 뉴질랜드 20위(4만4639달러), 한국 27위(3만2774달러)다.

터너 대사는 특히 “한국의 케이팝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는 세계의 많은 나라와 그 젊은이들을 선도하는 수준”이라며 “세상 사람들은 한국의 이런 모든 변화와 발전을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한국에 부임했고,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터너 대사는 주북한 대사도 겸임한다. 북한의 경우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주뉴질랜드 대사를 겸한다. 터너 대사는 “(주북 대사로서) 평양에 가고 싶지만 북한이 실질적이고 확고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북한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2014년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부터 뉴질랜드 대사의 북한 방문 등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는 “(2001년 수교한) 뉴질랜드와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상화하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유엔 대북 제재는 적절하고 적합한 내용인 만큼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즈니스맨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확실성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불확실성은 비즈니스에서 협상 기술로 사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기초는 역시 신뢰와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은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능력과 여건 자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우려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필립 터너#주한 뉴질랜드 대사#주 북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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