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대 家長 앗아간 ‘만취 벤츠 역주행’ 영장기각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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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가해자 “3개월 치료 필요”, 법원 “몸 안좋아” 의사소견 수용
사망자 부인, 휴직뒤 정신과 치료… 중상 택시기사는 여전히 혼수상태
2016년 ‘아우디 역주행’도 집유… 누리꾼들 가해자 식당 불매운동

5월 30일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역주행 충돌사고를 일으킨 벤츠 차량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있다. 이 사고로 마주오던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 김모 씨(38)가 숨지고, 택시기사 조모 씨(54)가 중상을 입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5월 30일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역주행 충돌사고를 일으킨 벤츠 차량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있다. 이 사고로 마주오던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 김모 씨(38)가 숨지고, 택시기사 조모 씨(54)가 중상을 입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고속도로에서 만취상태로 역주행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수원지방법원은 7월 24일 이른바 ‘벤츠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 노모 씨(27)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노 씨는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벤츠 차량을 타고 가다 역주행해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김모 씨(38)가 사망하고 택시운전사 조모 씨(54)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노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76%였다.

경찰은 심각한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보고 7월 18일 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 씨가 제출한 의사 소견서 등을 근거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의 상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노 씨는 당시 사고로 손목과 골반 등에 골절상을 입어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노 씨는 사고 약 한 달 만인 6월 29일 퇴원하고 나흘 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노 씨는 경찰 조사 직후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고는 사고 발생 48일째인 7월 16일 ‘향후 3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경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 씨를 조사하며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피해자 김 씨의 아내 정모 씨(38)는 교사로 일하던 특수학교를 휴직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의 부모 역시 운영하던 가게를 닫고 치료를 받고 있다. 택시운전사 조 씨는 현재까지 혼수상태다. 조 씨의 아내 김모 씨(47)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담당 의사가 ‘남편이 깨어나더라도 언어장애 등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도 있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앞으로 검찰이 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음주 사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6년 경기 양평군에서 발생한 ‘아우디 역주행’ 사고는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노부부가 중상을 입었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일부 누리꾼들이 가해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항의 전화를 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사실상 ‘인민재판’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적 기준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적 보복은 자칫 위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만취 벤츠 역주행#영장기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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