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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가 들리는데?”…음란물과 사투 ‘디지털성범죄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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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가 들리는데?”…음란물과 사투 ‘디지털성범죄대응팀’

신규진기자 입력 2018-07-19 16:04수정 2018-07-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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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에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직원이 삭제 신고가 접수된 성관계 동영상을 가리키고 있다. 팀원들은 하루에 1인당 70여 건의 성범죄물의 증거를 수집하느라 인터넷 음란물 게재 사이트를 파헤친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중국어가 들리는데?” “3초 뒤로 돌려봐요”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모니터 앞에 모인 직원들이 분주하다. 시선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성관계 동영상을 향해 있다. 얼마 전 ‘영상을 삭제해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건이다. 신고자와 영상에 나온 여성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본다. 남녀가 뒤섞여 민망할 법하지만 이들은 “처음엔 익숙지 않아 힘겨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방심위가 지난 4월 신설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원들은 매일 음란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응팀은 6인으로 구성돼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성범죄물은 1인당 70여 건.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원본 영상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채증 자료를 위해 피해자 얼굴, 성관계 장면 등 사진 50여 장을 확보하는 것도 곤욕이다. 한 팀원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번 씩 돌려보며 초단위로 영상을 해부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여러 음란사이트를 통해 복제되는 성범죄물의 특성상 추가 검색도 필수다. ‘○○녀’ 등 키워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팀원들이 취합한 성범죄물에 대해 접속차단, 삭제 등 시정요구를 결정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1회 열리던 심의 회의도 3회로 늘렸다. 이러다보니 팀원들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하루 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성범죄물을 봐야하기 때문에 대응팀은 방심위의 기피 부서 중 하나다. 방심위 관계자는 “처음 부서에 배치 받은 일부 여성 직원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대응팀.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가 이뤄진다. 주로 ‘일베’ ‘워마드’ 등 여성·남성 혐오주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전 모니터링 대상이다. 최근 워마드에 게재된 태아 훼손사진 심의는 20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은 23일 열리는 통신소위에서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응팀원들은 “성범죄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여관, 비디오방에서 찍힌 ‘몰카’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와 같이 비동의유포물이 늘었다. 음란채팅을 하다가 신체부위가 노출돼 신고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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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2일 방심위는 인터넷 방송에서 화면을 가린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성을 송출한 일명 ‘흑방’에 대해 이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음란물을 게재한 뒤 ‘92년생 ○○○’ 등 피해자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 조차 모른 채 이런 성범죄물을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많다”고 했다.

올 6월까지 방심위에는 성범죄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5646건이나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2977건. 그나마 대응팀의 고군분투로 평균 10.9일이 걸리던 처리 기간은 3.7일로 줄었다.

접속차단 등 조치가 이뤄져도 해외 서버에는 성범죄물 원본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숙제이자 고충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유명 유튜버의 노출사진을 미국 동영상 서비스업체 ‘텀블러’ 측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입증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답을 들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유료로 ‘디지털장의사’에게 성범죄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정작 사설 업체는 방심위에 심의를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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