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에 중국계 배우가 왜 이리 많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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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할리우드 ‘찰리우드’ 시대
영화 ‘스카이스크래퍼’속의 중국

캐나다에서 촬영했지만 홍콩이 배경인 찰리우드표 영화 ‘스카이스크래퍼’. 이 영화에서 배우 드웨인 존슨(아래쪽 사진)은 초고층 빌딩 ‘더 펄’에 갇힌 가족을 구하는 윌 소여 역을 맡았다. UPI 제공
캐나다에서 촬영했지만 홍콩이 배경인 찰리우드표 영화 ‘스카이스크래퍼’. 이 영화에서 배우 드웨인 존슨(아래쪽 사진)은 초고층 빌딩 ‘더 펄’에 갇힌 가족을 구하는 윌 소여 역을 맡았다. UPI 제공
1988년 할리우드 영화 ‘다이하드’. 브루스 윌리스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레전드 작품으로 지금도 ‘엄지 척’ 액션영화로 회자된다.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 35층(150m)짜리 빌딩 ‘나카토미 플라자’. 영화에선 일본계 기업의 미국 지사 본부로 묘사됐는데, 당시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던 일본의 위상이 은근히 묻어났다.

그로부터 30년 뒤. 11일 국내 개봉한 ‘스카이스크래퍼’도 초고층 빌딩이 주요 무대. 225층(1100m) 높이의 ‘더 펄’이다. 할아버지 윌리스가 아닌, 요즘 ‘잘나가는’ 드웨인 존슨의 출연 말고도 격세지감은 또 느껴진다. 장소는 홍콩으로 바뀌었고, 빌딩 역시 중국 소유. 존슨이 맡은 전직 FBI 요원 윌 소여와 그의 가족을 제외하면 상당수 캐스팅이 대부분 중국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할리우드는 뭐가 변한 걸까.

○ 중국 완다그룹에 인수된 할리우드 ‘레전더리’

맡은 역할의 성격도 다르다. ‘다이하드’에 등장한 일본인 경영인은 한낱 인질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스카이스크래퍼’의 아시아 배우들은 비중도 크고 입체적이다. ‘더 펄’을 지은 부동산 개발자이자 윌 소여의 상사 자오룽지(친 한)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경찰관 우(바이런 만)가 대표적. 모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배우들. 영화 내내 광둥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전형적인 근육 배우 존슨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에 왜 이런 색깔이 묻어날까. 이 작품을 제작한 유명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이젠 중국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을 만든 레전더리는 2016년 중국 완다그룹에 인수됐다. 3월 개봉했던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원래 일본 만화가 원작. 그런데 1편과 달리 중국계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미국인 박사의 서툰 중국어를 꾸짖는 장면까지 나왔다.

이렇다 보니 미국 현지에서도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란 소리가 나올 정도. 하지만 ‘스카이스크래퍼’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입이 벌어진다. 사실 이 영화는 대부분 캐나다에서 촬영했다. 그런데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혀 굳이 배경을 홍콩으로 바꿨다. 개봉 날짜도 미국보다 홍콩이 하루 먼저였다.

○ 깜짝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영화시장

‘스카이스크래퍼’ 개봉 당시 출연배우 존슨은 “중국 영화시장은 2년 이내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립서비스’였겠지만 현실은 더 빨리 찾아왔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올해 1분기(1∼3월)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가 북미 시장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을 벌어들여 북미의 28억9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를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물론 이 역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성적은 중국 박스오피스의 흥행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성장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 정부가 내놓는 예측 성장률이 15∼20%인 점을 감안하면 한시적인 성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극장산업의 규모는 이미 지난해 북미를 넘어섰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7 중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중국 스크린 수는 5만776개로 북미 4만490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중국이 영화산업에 대내외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의 콘텐츠·제작 노하우를 단박에 뛰어넘긴 어렵겠지만 ‘스카이스크래퍼’ 같은 찰리우드 영화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다이하드#스카이스크래퍼#찰리우드#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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