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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기무사 계엄 문건’ 향한 어설픈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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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기무사 계엄 문건’ 향한 어설픈 공격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8-07-18 03:00수정 2018-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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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문건 의미 있으려면 최소한 대대 배치 계획 나와야
대통령, 명백한 불법이 아닌 한 군 검찰 수사 지시도 해선 안돼
군 통수권은 軍政과 軍令 의미… 제왕적 권리로 착각 말아야
송평인 논설위원
내가 군 복무할 당시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우리 대대가 속한 30사단은 군단의 예비사단으로서 북한이 남침하면 일단 전투지역전단(FEBA) 델타(D)나 에코(E)에서 방어선을 친 뒤 역습작전을 감행해 전방 1사단을 추월, 임진강을 건너게 돼 있었다.

임진강 도하 이후 어떤 작전을 수행하는지는 도상으로도 훈련해 본 적이 없다. 이걸 보면 5027작전은 공격작전이 아니라 방어작전임이 분명하다. 군 지휘부는 진격을 계속할 경우 군단이나 사단별로 북한의 어느 지역을 장악할지 막연하나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전투단위인 대대의 작계로까지 세부화돼 있지 않는 이상 실행계획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30사단은 이번에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에도 등장하는 부대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충정훈련이라고 불린 시위진압 훈련도 했다. 시위진압 훈련을 따로 하는 것은 군인의 무기인 총기 대신 봉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군이 상시로 시위진압 훈련을 한다는 건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고약한 일이지만 정규전 혹은 비정규전 훈련만 받은 군부대가 투입돼 빚어질 수 있는 우발적 유혈사태를 막는다는 측면도 있었다.

1987년은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하는 6월항쟁이 있던 해다. 6월에 들어서자 우리 대대는 충정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딱 한 차례의 도상훈련이 있었다. 그때 우리 대대가 서울 지역의 한 여대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행히 미국이 전두환 정권을 향해 미국의 승인 없는 군 투입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하고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이 나오면서 모든 병사들이 불안해하던 그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기무사 계엄 문건에는 30사단도 동원된다. 청와대에 1개 여단, 광화문 일대에 2개 여단이 배치되는 것으로 나온다. 30사단에는 90, 91, 92여단 등 3개 여단이 있다. 막연히 1개 여단, 2개 여단이라고 한 걸 보면 그 자체로는 책상머리에서 스케치한 수준이다. 실행 계획이 되려면 최소한 대대 단위까지의 배치 계획은 마련돼야 한다. 대대만 해도 인원이 500명에 이른다. 500명이 청와대로 가야 할지 광화문으로 가야 할지, 간다면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계획은 있을 수 없다.

군에서는 각 군 참모총장이 검찰총장에 해당한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국방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관해 각 군 참모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군 검찰 역시 일반 검찰과 마찬가지로 장관이나 그 상급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향해서든 각 군 참모총장을 향해서든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직접 지휘·감독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수사 지시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 임명한 국방장관을 통해서 해야 한다. 수사에 대의가 있는데도 그가 거부한다면 그를 해임하고 새 국방장관을 임명하면 된다. 이런 절차도 밟지 않고 심지어 국방장관을 배제하는 수사 지시를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군통수권은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다 포함한다는 뜻일 뿐이지 제왕적 권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수사 지시 자체가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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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모든 작전계획은 최소한 2급 비밀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군의 공식 라인을 통해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가 됐으나 비밀문서로 분류되지도 않고 평문으로 남아 있는 기무사 계엄 문건은 단순한 검토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실행 계획이라면 비밀로 분류됐다가 폐기된 기록이라도 남아 있을 것이다. 열심히 찾아보기 바란다.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뭐라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실은 실행 계획 비슷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내란 음모로 몰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벌써 세월호 사찰 문건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별건(別件) 수사가 시작된 것 같다.

계엄 문건을 작성할 당시 기무사령관은 조현천이었다. 그는 육사 알자회 장교였다고 했다. 알자회가 하나회의 후신은커녕 무슨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알자회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상궤를 벗어난 사법의 칼날이 정권이 바뀌어 똑같은 보복으로 이어지고 사화(士禍)와 당쟁(黨爭)을 반복한 과거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기무사령부#계엄 문건#군통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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