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즉시연금 1조, 즉시 지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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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號 금감원, 보험사 압박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헌호(號)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즉시연금’ 보험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모두 환급에 나서면 즉시연금 가입자 16만 명이 최대 1조 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상품과 약관마다 차이가 있다며 일괄 지급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제 보험금을 받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즉시연금은 일정 금액 이상의 목돈을 맡기면 다음 달부터 매달 꼬박꼬박 연금을 받아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데다 보험사가 약속한 이자도 은행 예금이자보다 높아 노후 준비에 나선 고령층에게 인기가 높다.

○ 금감원 “즉시연금 가입자 모두 구제하라”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적게 지급한 것으로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난 즉시연금과 관련해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를 한꺼번에 구제하는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즉시연금을 판매한 모든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미지급금을 돌려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윤 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때 발표한 ‘17대 혁신과제’에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포함시키며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분쟁조정위 결정에 위배되는 부당한 미지급 사례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매달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인 ‘만기환급형’이다. 2017년 11월 금감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연금 수령액이 예상보다 적다”며 조정을 신청한 삼성생명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올 6월에도 한화생명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비슷한 이유로 제기한 조정 신청에 대해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예를 들어 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가입자가 1억 원을 맡기면 회사 운영에 쓰이는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일단 뗀 뒤 나머지 돈을 운용해 생기는 수익을 연금으로 준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이런 공제금액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 1억 원에 대한 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 16만 명, 최대 1조 원 환급 가능

이런 방식으로 생보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즉시연금 보험금 규모는 8000억 원, 관련 가입자는 16만 명으로 추산된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5만5000명에게 4300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한화생명(850억 원·2만5000명), 교보생명(700억 원·1만5000명) 등이 뒤를 잇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미지급금 규모가 최대 1조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일괄구제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회사나 상품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환급 방식이나 금액을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적으로 돌려줄지 결정할 예정이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조만간 이 문제를 정할 계획이다. AIA생명, 처브라이프, 신한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따라 미지급금을 주겠다는 계획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7월까지 보험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보겠다.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즉시연금 ::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고 곧바로 다음 날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보험 상품. 죽기 전까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나눠 받는 ‘종신형’, 매달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는 ‘만기지급형’ 등이 있음.

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
#즉시연금#미지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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