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은 천연의 동맹군”… 시진핑, 美와 본격 패권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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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중앙외사공작회의 소집
동맹 추구 않겠다는 노선서 선회, “중국 특색 대국외교 열어야” 강조
아시아-아프리카 등 동맹군 삼아 “美에 핵심이익 양보 않겠다” 의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와중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리한 주변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을 동맹군으로 삼아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관계에서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시 주석이 ‘동맹군’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세력화를 바탕으로 미국에 양보만 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22, 23일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 시 주석을 포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상무위원 7명 전원과 ‘제8의 상무위원’으로 불리는 시 주석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중앙외사공작회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마지막 외사공작회의는 2014년 11월 열렸다. 미중 갈등이 전면화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중앙외사공작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시 주석은 회의 연설에서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며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을 이끄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더 완전한 글로벌 파트너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특색 대국외교의 새로운 국면을 노력해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말하는 대국외교는 대미 외교다. 중국 중심의 동맹권을 형성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바꾸고 중국 이익을 수호하는 새로운 미중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주변 외교를 잘해 주변 환경을 (중국에) 더 우호적이고 더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광범한 개발도상국은 우리나라 국제사무 가운데 천연의 동맹군”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의리(義利·의리와 이익)관을 견지해 개발도상국과 단결 협력하는 데 큰 방책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보고에서 “국가 간에 동맹이 아닌 동반자로서 새로운 교류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이전부터 동맹을 만들지 않겠다고 되풀이해 왔다. 그랬던 시 주석이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동맹군’을 언급한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개발도상국들의 ‘중국 동맹권’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관세 폭탄 및 남중국해 대만에서 군사 행동을 통해 중국에 경제 안보상의 양보를 압박하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시 주석은 “대국관계의 방책을 잘 짜서 전체적인 안정을 추동하고 균형 발전의 대국관계 골격을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견지해야 할 10대 외교 사상 가운데 하나로 ‘국가 핵심 이익을 마지노선으로 한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 수호’를 제시했다.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분야에서 양보는 결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왕 부주석이 “한반도 문제는 중국의 국가이익과 관련된다”고 밝힌 만큼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도 중국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참석해 발언했다. 중국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중관계에서 모종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음을 시사한다. 리진쥔(李進軍) 주북한 중국대사,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회의에 참석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앙외사공작회의 소집#대국외교#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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