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1도에 울고 웃는 온도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탄산음료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기온이 높을수록 많이 팔릴 듯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실제로 탄산음료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매출이 증가하지만 일 최고 기온 25도를 기점으로 같은 탄산음료 내에서도 명암이 갈린다. 콜라가 25도에서 1도가 올라갈 때마다 약 15%씩 매출이 증가하는 반면에 사이다는 더 적은 10%의 비율로 증가한다.

콜라와 사이다 판매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온도 마케팅의 핵심 요소는 ‘임계온도’다. 임계온도는 상품의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시점의 기온을 말하는데 판매율과 기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기준이 된다. 콜라와 사이다의 관계에서는 판매량의 추이가 갈리는 25도가 임계온도다. 콜라와 사이다의 사례는 온도 마케팅에 임하는 마케터들이 각각의 상품의 임계온도와 온도에 따른 판매량의 연관관계에 대해 더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격렬한 운동 후 찾게 되는 스포츠 음료 역시 25도가 임계온도다. 25도부터는 2도 오를 때마다 8%씩 상승하는 꾸준한 판매량 증가세를 보인다. 반면에 기온이 오를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다.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기온이 20도에서 30도까지 상승할 때 약 8%의 매출이 감소한다. 또 임계온도는 식음료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일 최고 기온이 18도를 넘어서면 청량감을 주는 유리그릇이 많이 팔리며 19도가 되면 반소매 셔츠가 팔리기 시작한다. 골프와 테니스 인구는 16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4도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27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

다만 임계온도가 늘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주와 맥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광고에서 주로 시원함을 강조하는 맥주는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다가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약 1.7배 높아진 판매량을 보인다. 반면에 소주는 대부분의 기온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맥주와 같지만 16∼20도 구간에 10% 이상 뚝 떨어진 판매량을 기록한다.

이처럼 임계온도가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원인요소는 기온에 따른 유동인구의 변화다. 대체로 기온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으면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제품을 소비할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 앞서 언급한 골프와 테니스 이용 인구가 일정 온도 구간보다 낮거나 높을 때 줄어드는 이유다. 두 번째는 기온에 따른 고객의 요구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여름철 대표적 제품인 유지방 아이스크림을 예로 들면 15도까지는 잔잔한 매출 곡선을 보이다가 15도가 넘어서면 20도까지 17%의 매출 상승을 보이고 25도에서 30도 구간에서는 무려 36%가 더 팔린다. 하지만 30도가 넘어서면 일반적 상식을 뒤엎고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유지방 아이스크림은 수분이 적은 관계로 더욱 시원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이 빙과류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돌리기 때문이다.

결국 장사는 고객의 마음과 요구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소비자 행동 패턴에 영향을 주는 온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시기에 맞는 상품의 확보와 효율적인 코너 운영이 가능해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날씨#임계온도#마케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