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독한 독재자’ 김정은, 왜 세상 밖으로 나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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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고미 요지 지음·배상인 옮김/296쪽·1만5000원·지식의숲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여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건강을 회복한 어느 날. 그와 여동생 김경희, 그녀의 남편 장성택과 김정은이 식사를 겸한 가족회의를 열었다.

“(후계자는) 정은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김정일)

“분별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긴단 말입니까.”(김경희)

이에 김정은은 화를 내며 들고 있던 젓가락을 던지고 나가버렸다.

일본 도쿄신문의 북한전문기자인 저자가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소개한 김정은 후계자 지명 일화다. “달리 대신할 인물이 없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의욕을 보인다”는 김정일의 설득이 먹혔다는 것이다.

2012년 ‘안녕하십니까? 김정남입니다’를 낸 저자가 김정은을 파헤쳤다. ‘그는 광기와 고독의 독재자인가’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김정은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올해 2월 쓴 서문에서는 “2018년에 들어 북한은 한국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북한의 비핵화 평화공세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 살얼음판 위를 신중히 걷는 듯한 위험한 날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999년 도쿄신문 서울지국장으로 부임해 20년 가까이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추적해 온 베테랑답게 한 인간으로서 김정은과 그의 뿌리인 김일성 김정일 약사(略史), 김정은의 핵·미사일 및 대미(對美), 경제 정책 등을 폭넓게 다뤘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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