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무좀균, 3주 이상 연고 발라야 완전히 사라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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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심해지는 무좀에 대처하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한 달여간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A 씨(22·여)는 최근 발이 계속 간지러워 병원을 찾았다가 무좀 진단을 받았다. 한때 A 씨의 아버지가 무좀에 걸렸을 때도 A 씨에게 전염되지 않았기에 의아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럽여행 막바지에 나흘간 지낸 게스트하우스가 원인인 듯싶었다. A 씨는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뒤 공용 실내 슬리퍼를 신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발을 씻지 않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은 뒤 온종일 돌아다녔다. 슬리퍼에 남아있던 누군가의 무좀균이 하루 종일 A 씨의 발에 옮아 붙어 땀과 함께 번식한 셈이다.

무좀균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 여름이 왔다.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균이 피부 각질층에 침투하면서 발생하는 피부병이다. 발가락이나 발톱, 발바닥, 손톱, 사타구니 등 살이 접히고 상대적으로 통풍이 잘되지 않는 부분에 생긴다. 발 무좀은 족부 백선, 손 무좀은 수부 백선, 손톱이나 발톱에 생기는 무좀은 조갑 백선이라고 하는데, 대개 무좀은 족부 백선을 일컫는다. 무좀은 주로 다른 환자에게서 떨어져 나온 각질에 의해 감염된다.

‘무좀균’은 습기 찬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에서 잘 번식한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해 있고 감염되기 쉽다. 장성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과 외래환자 10명 가운데 2명이 무좀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무좀에 걸렸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발가락 사이 껍질이 벗겨지고 갈라짐이 일어나는 것이다. 발바닥 전체가 두꺼워지거나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 가려움을 동반하고, 갈라진 틈으로 박테리아가 침입해 2차 감염 위험이 있다. 병이 더 진행되면 발톱이 두꺼워지는 조갑 백선이 생기고, 사타구니와 손에까지 무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좀은 연고를 바르거나 약 복용을 통해 치료한다. 대개 연고를 한두 번 바르면 증상이 거의 없어진다. 하지만 이때 곧바로 바르는 약을 끊으면 무좀을 완치하기 어렵다. 장 교수는 “가려움이 없어지고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곰팡이가 증식을 안 할 뿐이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3, 4주 동안 계속 약을 발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좀이 오랜 시간 진행되면 균이 발톱까지 침범한다. 이 경우 바르는 약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발톱에서 곰팡이가 떨어져 나와 재발하기 쉬워 무좀이 만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적정 기간 약 복용을 병행해야 한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요즘 사용하는 복용 항진균제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발 관리도 중요하다. 맨발로 다닌 원시인들은 무좀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통풍이 잘 안되는 신발은 무좀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발을 씻은 뒤에는 파우더를 이용해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양말은 면으로 된 것을 신어야 한다. 신발은 내부 습기가 완전히 마르려면 하루 정도 걸리기 때문에 최소 두 켤레를 번갈아 가며 신는 것이 좋다.

민간요법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식초나 정로환은 곰팡이가 기생하는 각질층을 벗겨내 가려움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2차 세균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마늘을 찧어 붙이거나 뜨거운 모래사장을 걷는 행위는 피부에 자극을 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소주에 무좀 부위를 담그거나 적시는 것은 효과가 없다.

간혹 진물이 많이 나는 무좀을 습진으로 생각해 습진약을 바르면 부위가 넓게 퍼지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반대로 접촉피부염 등 다른 질환인데 무좀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무좀약을 1주일 이상 바르고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무좀#손발톱 무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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