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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오물-악취 파리 18구 거리名서 佛작가 ‘보리스 비앙’ 이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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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오물-악취 파리 18구 거리名서 佛작가 ‘보리스 비앙’ 이름 빼라”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06-21 03:00수정 2018-06-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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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쓰레기-밤엔 노숙인 배설물… 가족들 “명예 더럽혀진다” 분노
5일 프랑스 파리 18구 보리스 비앙 길의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가득 담겨 있다. 보리스 비앙 자손들의 항의로 파리시가 청소에 나섰지만 악취는 여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말도 마세요. 이렇게 더운 날에도 악취에 창문을 열 수가 없어요.”

5일 프랑스 파리 18구 보리스 비앙 길에 있는 스포츠센터의 직원은 “낮에 버려지는 쓰레기와 밤사이 노숙인들의 토사물 배설물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면 너무 괴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리스 비앙은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유명 작가다. 39세로 요절한 그는 작가일 뿐 아니라 트럼펫 연주자이자 재즈 가수였고, 배우에 화가까지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소질을 보여 프랑스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2년 보리스 비앙의 아내 우르줄라 비앙퀴블러가 허락하면서 그의 이름이 파리 18구 거리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보리스와 우르줄라는 1954년 파리 18구 구청에서 결혼했고 보리스 비앙 길 근처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러나 작가의 남은 가족들과 보리스 비앙 기념사업회는 2012년 “길이 너무 더러워 보리스 비앙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며 파리시에 거리 정비를 요청했다. 파리 18구는 이민자가 많은 가난한 동네이다. 특히 아케이드 형태로 되어 있어 보리스 비앙 길은 눈비를 피해 노숙인과 취객이 몰리면서 악취와 오물로 가득했다.

파리시가 6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올해 가족들과 기념회는 폭발했다. 이들은 아예 길 이름에서 보리스 비앙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가족과 기념회는 2일 보리스 비앙 길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파리시장의 이름을 적은 간판을 보리스 비앙 길 간판과 똑같이 만들어 붙여 놓았다. 파리시장을 향한 항의 표시였다. 파리시는 “2020년까지 동네 재정비를 할 테니 기다려 달라”며 급한 대로 매일 청소를 시작했고 거리 벽 색칠과 조명 보수까지 하면서 가족과 기념회 달래기에 나섰다.


프랑스의 모든 주소에는 거리명이 포함된다. 거리명은 대부분 프랑스 역사 속 위인의 이름을 담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 걸쳐 길 이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자 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다. 3900개가 넘는 길에 그의 이름이 담겨 있다. 2위는 유명 생화학자인 루이 파스퇴르, 3위는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다.

당시의 분위기와 역사, 문화 등을 반영해 거리명을 정하다 보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름들도 있다. 17세기 소매치기가 너무 많아 붙여진 파리 2구 좁은 골목 ‘소매치기로(Vide-Gousset)’와 한때 갱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 지어진 파리 4구 ‘나쁜 아이들로(mauvais Garçons)’ 같은 거리명이 대표적이다.

최근 프랑스 내 40개 도시에서는 길 이름을 ‘벨트람 길’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3월 이슬람 급진세력 추종자가 벌인 인질극 때 여성 인질을 대신해 희생된 아르노 벨트람 중령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거리명은 시 의회의 결정으로 바꿀 수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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