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메일 조작해 남친 유학 막은 女 ‘소름’…法 “3억 손해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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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18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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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아브라모비츠. 사진=유튜브 캡쳐
에릭 아브라모비츠. 사진=유튜브 캡쳐
전 여자친구의 가짜 이메일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클라리넷 연주자가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약 35만 캐나다달러(약 3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16일(이하 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은 지난 13일 2년 전액 장학생으로 미 로스엔젤레스의 명문 음대인 콜번음대(Colburn Conservatory of Music)에 합격한 남자친구의 이메일 계정에 몰래 로그인해 메일을 조작한 뒤 입학을 막은 제니퍼 리에게 배상금 약 35만 캐나다달러(약 3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 에릭 아브라모비츠는 7세부터 클라리넷을 시작한 전도 유명한 연주자였다.


그는 캐나다 콩쿠르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고 퀘벡 심포니 오케스트라, 캐나다 국립 예술 센터 오케스트라 등에서 활동하는 등 국내에서 인정받는 실력자였다.

그는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지난 2014년 저명한 클라리넷 연주자 예후다 길라드 교수의 지도를 받기 위해 길라드 교수가 있는 미국의 명문 음대인 콜번음대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는 길라드 교수로부터 4만6000 캐나다달러(약 3800만원)의 학비 중 5000 캐나다달러(약 420만원)만 장학금으로 지급된다는 메일을 받았고,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결국 미국행을 포기했다.

이후 맥길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2년 뒤인 2016년, 길라드 교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시 한 번 지원했다.

오디션에서 아브라모비츠를 다시 보게 된 길라드 교수는 2년 전에 봤던 그를 기억하고 그에게 “당신은 한 번 거절했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그 순간 아브라모비츠는 2년 전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전 여자친구 제니퍼 리를 의심했다. 제니퍼 리는 그와 같은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던 학생으로, 두 사람은 2013년 9월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하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이메일 기록 복원작업 등을 통해 2년 전 길라드 교수 측에서 보냈던 진짜 이메일이 삭제됐음을 알게 됐다.

또 그는 과거 제니퍼 리가 사용하던 페이스북 비밀번호로 길라드 교수 측이 보낸 것으로 조작된 가짜 메일 계정에 로그인을 시도한 결과, 로그인이 됨과 동시에 해당 계정 정보에 제니퍼 리의 연락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가 이 사실을 파악했을 땐 이미 제니퍼 리와 헤어진 지 약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당시 제니퍼 리가 자신이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 관계가 끊어질 것을 우려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추측했다. 그는 WP에 “심장을 찌르는 듯 한 충격이었다”며 당시 느꼈던 배신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변호사를 고용해 전 여자친구 제니퍼 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온타리오 법원은 “제니퍼 리는 아브라모비츠가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믿었던 사람에 의해 개인적인 꿈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길라드 교수는 진술서를 통해 “만약 아브라모비츠가 나와 함께 공부할 기회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아브라모비츠처럼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가 상상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동으로 인해 희생자가 된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원은 “예정대로 아브라모비츠가 길라드 교수 아래에서 공부를 했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그의 음악적 커리어가 얼마나 발전했을지 정확히 추측할 수는 없으나, 제니퍼의 방해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잃은 것은 보상받아야 할 손실임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타의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아브라모비츠는 2016년에 봤던 2번째 오디션을 통해 길라드 교수의 제자가 됐고, 현재 토론토 교향악단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한편 제니퍼 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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