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킬러’ 손흥민, 오늘 밤 대한민국을 웃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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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RUSSIA 월드컵]오후 9시 스웨덴과 1차전

숨기고 싶었지만 서로의 ‘에이스 카드’를 감출 수는 없었다.

한국의 손흥민은 등번호를 계속 바꿔왔다. 7번, 19번, 13번으로 바뀌는 그의 번호에 대해 스웨덴 관계자는 “속을 줄 알았겠지만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한국의 비밀 훈련을 몰래 촬영해 ‘도둑 촬영’ 논란까지 일었다. 스웨덴의 신경은 손흥민에게 집중돼 있다.

스웨덴도 자신들의 에이스인 에밀 포르스베리(27·RB라이프치히)를 한국 관계자나 취재진의 눈앞에 드러내놓지 않고 있다. 포르스베리는 대부분의 선수가 지나다니는 공동 취재구역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역시 포르스베리 분석에 집중해왔다.

서로를 첫 1승의 상대로 여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대결은 손흥민과 포르스베리를 둘러싸고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월드컵이 32개국 체제로 바뀐 1998년 이후 16강에 진출한 80개 팀 중 1차전에서 승리했던 팀이 51개에 이른다. 한국도 16강 진출에 성공한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48)은 “스웨덴전에 ‘올인’한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 ‘예리한 칼’ 손흥민 vs ‘마법사’ 포르스베리

신 감독이 스웨덴전에 사용할 포메이션은 베일에 싸여 있다. 플랜A로 생각해왔던 4-4-2 전형 혹은 스웨덴의 투톱을 겨냥해 중앙수비수 3명을 둔 3-5-2 전형이 사용될 수 있다. 이때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 중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골을 노린다. 스웨덴 수비진은 평균 신장이 186.6cm에 달하지만 민첩성은 떨어진다.

손흥민은 한국 공격의 시작이다. 그는 투톱 파트너로 유력한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파고드는 방식을 연습했다.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과 코너킥을 통해 세트피스 키커로 나설 준비도 마쳤다. 손흥민은 “잠들기 전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던 그의 각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남다르다. “내가 (여러분을) 웃게 해준다고 했지!” 한국은 첫 경기에서 흰색, 스웨덴은 노란색 유니폼(상의 기준)을 입는다. 손흥민은 ‘노란색 킬러’로 불린다. 2017∼2018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터뜨린 18골 중 6골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으로부터 뽑아냈다. 그는 “스웨덴의 노란 유니폼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의 공격은 ‘마법사’ 포르스베리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2016∼2017시즌 19도움(8골)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도움왕에 오른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패스 능력을 가졌다.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아스널(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등 명문 구단들이 영입을 노리고 있다.

포르스베리의 주 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더. 한국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전북)과 맞붙는 자리다. 하지만 측면에만 있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신 감독은 “포르스베리는 경기의 80분가량을 중앙에서 뛴다”고 말했다. 포르스베리가 중앙으로 볼을 운반하면 마르쿠스 베리(183cm), 올라 토이보넨(192cm) 두 명의 장신 공격수가 헤딩으로 마무리한다. 베리와 토이보넨이 헤딩으로 떨어뜨린 볼(세컨드 볼)을 포르스베리가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방식도 선호한다. 한국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장현수(FC도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김영권은 “상대의 세컨드 볼을 이용한 득점 상황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함께 철저히 분석했다”고 말했다.

○ ‘득점 골든타임’을 깨워내라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한국이 스웨덴을 상대로 0-0으로 70분(후반 25분)까지 버티면 스웨덴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신태용호’의 ‘득점 골든타임’과도 연관이 있다. 신 감독 체제에서 치른 18경기에서 한국은 23골을 터뜨렸다. 득점 시간대별로 가장 많은 골이 나온 것은 후반 16∼30분(8골)이다. 역대 한국의 월드컵 기록을 살펴봤을 때도 31골 중 최다인 10골이 후반 16∼30분에 터졌다.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진 이 시기에 세트피스 등을 활용한 득점을 노릴 수도 있다.

한편 24골을 내준 대표팀이 가장 많은 실점을 한 시간대는 후반 31∼45분(추가시간 포함·7골)이다. 수비진의 리더 장현수는 “경기 시작과 끝나기 전 5∼15분에 실점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손흥민#러시아 월드컵#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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