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정민]넷플릭스 세계화, 미디어산업 전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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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사를 제치고 미디어업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다. 1997년 DVD 대여 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DVD 배달 업체를 거쳐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로 성장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5000만 가입자를 달성했고, 주요 시청 시간대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190여 국에서 1억2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낮은 가격, 월정액 가입자에게 무제한의 동영상 서비스 제공, 그리고 이용자 데이터에 기초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확장으로 이용자들이 컴캐스트와 같은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른바 코드커팅(Code Cutting), 코드셰이빙(Code Shav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시장 성공을 발판삼아 공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거침없는 행보는 한때 영화와 드라마를 앞세워 전 세계에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념을 전파했던 굴지의 영상 콘텐츠 사업자를 뛰어넘고 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콘퍼런스인 ‘Re:Publica’에서 전통적인 TV는 향후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넷플릭스의 세계화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현지화 전략이다. 현지 미디어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해 현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시장을 공략한다. 우리나라에서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옥자’, ‘범인은 바로 너’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한 방식과 같다.

둘째는 약한 고리 깨기 전략이다.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지배적인 사업자보다는 시장 점유율이 낮은 사업자와 제휴해 취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에서도 2012년에 2위, 3위 미디어 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했고, 6년이 지난 지금은 영국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의 59%를 점유하고 있다.

셋째는 우월적 지위 전략이다. 막강한 콘텐츠와 맞춤형 서비스를 무기로 서비스 공급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수익 배분을 자신이 9, 현지 사업자 1의 비율로 요구한다. 현지 사업자는 현저하게 불리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명성과 경쟁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넷플릭스는 2016년에 한국에 진출해 20만∼3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낮은 가격의 유료방송 수신료, 우리 콘텐츠에 대한 높은 충성도 때문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류의 중심지인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넷플릭스가 지속적으로 시장 확장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사업자는 세계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보인 공격적인 마케팅을 목도하면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새로운 콘텐츠에 더 투자하고,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 제휴하는 형태로 시장을 확대한다면, 광고시장 위축과 경쟁 사업자의 증가 등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전통 미디어 사업자들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거대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 세계적인 ‘넷플릭스화’ 현상을 애써 외면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미디어 산업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넷플릭스#미디어산업#주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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