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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보장 장치’ 대가 요구에 美 ‘CVID 명시’ 막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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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보장 장치’ 대가 요구에 美 ‘CVID 명시’ 막판 포기

신진우 기자 , 한기재 기자 입력 2018-06-14 03:00수정 2018-06-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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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합의 이후]공동성명서 ‘CVID’ 왜 빠졌나
폼페이오, 북-미회담 설명 위해 방한 13일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왼쪽은 폼페이오 장관의 미 웨스트포인트(육사) 동문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오른쪽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평택=사진공동취재단
11일 오후 2시경.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 정부에서 한국 당국에 긴급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JW매리엇 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 당초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익명을 전제로 브리핑할 예정이었다. 북핵 실무 총책인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겠다고 나선 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최후통첩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얘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우리 정부는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 채널을 긴급 가동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CVID에 착수한다면 이전에 없던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증(V·Verification)’을 콕 집어 “V가 중요하다(matter)”고 방점을 찍었다. 1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전날까지 ‘CVID’를 적시해 공동성명 안에 넣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등 미국 실무 대표단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단과 이날만 3차례 만나 CVID를 공동성명에 넣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측은 CVID를 넣는다면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보증하는 가시적인 조치까지 함께 넣어야 한다고 맞섰다. CVID에 상응하는 확실한 체제안전 보장 장치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북측의 역제안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11일 저녁 늦게까지 두문불출하며 회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공동성명에 CVID를 구체적으로 담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소식통은 “특히 강경파 참모진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북한에 당장 어떤 반대급부를 ‘적어주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낀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 CVID가 빠진 데 대해 미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비판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진영이 그렇다.

아미 베러 민주당 하원의원은 13일 ‘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결여됐다”고 혹평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공동성명에 뚫린 큰 구멍으로 핵미사일이 지나 다닐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비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단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비핵화를 약속한 ‘공식 사인’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진전’이란 자평이 내부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구두로 핵사찰 등 검증 계획 정도는 받아냈으니 트럼프 행정부가 저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편 13일 방한한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 북-미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공동성명 형식으로 두 정상이 서명한다는 것, CVID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질 등은 미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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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합의#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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