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對北 안전보장이 우리 안보를 흔들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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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 “종국적으론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발언은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 나온 공동선언의 빈약한 내용 못지않게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우리 정부는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열리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은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할 게 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장 미국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비공개 모임에서 “매년 두 차례 하는 대규모 훈련은 중단하지만, 통상적 준비태세 훈련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 뒤 부통령실 대변인이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의회에선 “북한에 내준 일방적 양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본에서도 미일 안보협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연합훈련의 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당장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둔 우리 정부는 “정확한 의미 파악이 필요하다”면서도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특히 “대화를 원활히 진전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 사전 언질을 해줬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통보 수준이지, 한미 간 협의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동맹관계도 손익 문제로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연합훈련 중단도 폭격기 출격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들며 북-미 협상 개시에 대한 선물로 줬듯 주한미군 철수까지 한국 방위비용 절감과 대북 안전보장 선물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단순히 한국 방위를 넘어선 미군의 세계 전략상 필요에 따른 것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돈 계산으로만 철수가 이뤄지진 않겠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대결과 갈등에서 공존과 화해로 가는 한반도의 새 그림이 그려지면서 동북아 안보지형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변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 체제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핵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위협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이란 선물 때문에 우리 안보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북미 정상회담#한미 연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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