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남북경협, 그 너머를 보고 투자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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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양지혜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1∼3월)까지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이 60%를 밑돌았고 국제유가가 평균 60달러를 웃돈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관련 업종이나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재 부문의 최근 주가 흐름에도 이런 기대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우려로 코스피 전기가스 지수는 3월까지 25%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구체화된 3월 말 이후 두 달 동안 15% 상승했다. 이처럼 시장이 요동칠 때 유틸리티(공공재 성격이 강한 산업) 종목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해당 기업의 미래 수익성부터 따져야 한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정부 정책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은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또한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연간 전력 수요 증가율이 3%를 밑도는 현실에서 이는 전력 기업의 수익성을 제한하는 요소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적용 기준에 대한 개정이 논의되고 있고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논의도 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 기업의 수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섣불리 결론지을 필요는 없다.

유틸리티는 전통적인 내수주로 분류되지만 국제 정세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연탄 가격(호주탄 기준)은 2017년 말 이후 최근 t당 100달러(10만8000원)를 다시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력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결국 기업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런 요소들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전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로 최저점에 근접해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 수준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또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한다면 한국가스공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프로젝트에서 이익이 개선되고 있고 2년 만에 배당에 나설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단기적 이벤트가 지난 뒤 기업의 주가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나온다. 남북 경협, 그 이후를 바라보고 투자할 때다.

양지혜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남북경협#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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