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따라 입지따라… 한동네 아파트도 웃고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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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별 희비교차 부동산 시장

도로 몇 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들 분위기가 마치 냉탕과 온탕처럼 다르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상황이다.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운정’이나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m² 분양권에 1억 원 가까이 웃돈이 붙은 반면 힐스테이트 운정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산내마을 8단지 월드메르디앙’은 지난해 9월 이후 시세에 변화가 없다. 인근 N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수혜 단지로만 관심이 몰린다. 도로만 몇 개 건너도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는 예전 같으면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시세가 같이 움직였던 아파트들이 단지별로 달리 움직이는 세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운정신도시는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운정까지 이어지는 GTX-A 노선 사업이 4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최근 급물살을 탄 데다 남북 관계가 풀리면서 접경 지역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정신도시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일부 신규 단지를 제외하고는 매수 문의나 호가 등 분위기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다”며 “다른 단지들은 집주인들 사이에 호가를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올해 들어 경기 지역에서 두 번째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용인시 수지구도 상황은 같다. 이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죽전동 ‘벽산타운’ 전용 114m²는 이달 초 5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신분당선, 분당선 등 지하철역과 가까운 데다 최근 신분당선 연장선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2월보다 7000만 원 올랐다. 반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대지마을 3차 2단지 현대홈타운’은 1년째 집값이 제자리걸음이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더 떨어진 ‘새터마을 힐스테이트’는 연초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인근 뱅크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같은 생활권을 중심으로 두루두루 집을 보러 다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호재에 직접 영향 받는 단지만 콕 집어서 보여 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강동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아파트값은 0.15∼0.06% 하락한 반면 강동구는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로 0.09% 반등했다. 강동구 M공인 관계자는 “연장선 예정 지역에 붙어 있는 단지들만 뛰었을 뿐 조금이라도 떨어진 단지들은 오히려 가격이 내린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지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조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시중 유동자금은 풍부하다”며 “이 돈이 갈 곳이 없다보니 투자자들 역시 ‘핀셋형 투자’로 전략을 수정했고, 그 결과 국지적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호재#입지#단지별 희비교차#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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