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선거 공보물 보셨나요? 무관심이 무능함을 키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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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역대 최고의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의원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전혀 못 받고 있다.

최근 집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넘겨봤다. 마음에 와 닿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음주운전, 폭력 등으로 벌금 또는 징역형을 받은 후보들도 제법 있었다. 공약보다는 당을 앞세우거나 상습 음주운전이나 폭력행위로 처벌을 받은 이들은 제외했다. 미취학 아이를 둔 워킹맘 입장에서 평소 고민하던 사안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과 이행 방법을 제시한 후보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선거날 투표할 생각이다. 이번 6·13지방선거는 시장, 교육감, 구청장 외에 시·구의원, 비례대표까지 뽑는 만큼 공보물 책자만 33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지방의원은 3751명이다. 지방의원들은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지역밀착형 조례를 발의해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년 기준으로 193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심의, 의결했다. 1인당 524억 원의 예산을 다룬 셈이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 지방의원을 뽑아야 엉뚱한 곳에 세금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으나 의정활동 전문성을 위해 2006년부터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시·도의원 평균 연봉은 약 6000만 원, 구·시·군의원은 약 4000만 원이다. 의정활동에 집중하라고 세금으로 적지 않은 월급을 주고 있지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이 2016년 발표한 ‘지방의회 의원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시도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수는 연평균 1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하지 않은 의원이 수두룩했다.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 51명이 임기 절반인 2년간 대표로 발의한 조례가 단 한 건도 없었고, 같은 기간 본회의에서 시정질의서를 단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은 의원도 45명이나 됐다.

많은 전문가는 방만하고 무능한 지방의회를 만드는 원인이 유권자들의 무관심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후보에게 관심이 없고 정보도 적다 보니 정당이나 기호를 보고 뽑거나 심지어는 ‘묻지 마 투표’처럼 당일 아무에게나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평소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선거 전 국회의원이나 당에 잘 보여 공천을 받은 후 선거철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기 영합식 공약이나 정당만을 내세워 읍소하는 후보가 많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 공약 대부분이 조례 등 입법공약은 거의 없고 민원성 사업만 나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 뽑은 지방의원들은 시민 일상과 연관된 생활밀착형 조례를 발의해 우리 삶의 질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충남 지역의 학교들은 매일 급식 식단과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급식에 대한 감시의 눈을 강화해 급식의 질을 높이면서 학부모들의 근심도 덜어준 좋은 정책이다. 이는 충남도의회의 ‘충남교육청 학교급식 정보 공개에 관한 조례’ 덕분에 가능해졌다. 서울의 지하철역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도 서울시의회의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조례가 가져온 변화다.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만드는 첫 시작이 우리 손에 달렸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지방선거#선거 공보물#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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