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대부분 통일대통령 꿈꿨지만 보여주기 급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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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나눔 前 이사장 홍정길 목사

홍정길 목사는 일복을 타고난 목회자다. 그의 주변에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며 학교나 단체, 심지어 수백억 원대의 주식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고, 이후에도 그럴 사람을 찾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동아일보DB
홍정길 목사는 일복을 타고난 목회자다. 그의 주변에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며 학교나 단체, 심지어 수백억 원대의 주식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고, 이후에도 그럴 사람을 찾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동아일보DB
지구촌교회 원로인 이동원 목사, 작고한 옥한흠 하용조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려온 홍정길 목사(76).

보수 성향의 교단에 있지만 그는 1993년 북한을 돕는 최초의 민간단체로 설립된 남북나눔 이사장으로 25년간 활동해왔다. 북한 어린이를 위한 분유와 의약품 지원, 황해북도 봉산군 천덕리 농촌시범마을 조성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액만 공식 자료상으로 1525억 원에 이른다. 방북 횟수도 60여 회다. 1990년대 후반 재단 일이 힘에 부치고 비판도 있어 고비를 맞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남북나눔 재단 일, 이렇게 오래할 줄 예상했나.

“원래 ‘직진’하는 편인데 그래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이제 새 이사장으로 지형은 목사를 찾았으니 다행이다.”

―어떤 게 특히 힘들었나.

“남북 관계의 변수가 많고 대북 지원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1998년경 북한에서 활동했던 캐나다 교수를 만났다. 유엔기구와 북한 당국이 공동으로 조사했는데 북한 어린이 16.8%가 절대 영양부족 상태였고, 이 수치는 내전을 겪은 르완다(12%)보다도 높은 최악의 수준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 상태가 방치되면 ‘남녘, 북녘 사람들의 체격이 달라지고 당신 동포의 한 세대에서 정신지체 장애가 심각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밀알복지재단을 세워 장애인 교육과 자활에 매달려온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홍 목사는 “장애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용공이나 종북, 이런 소리는 전혀 안 들리고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 했다. 신앙적으로는 ‘역사가 어떤 분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며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1월 촛불 정국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요청으로 만난 걸로 알고 있다.

“뜻밖에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거의 2시간 동안 강의 아닌 강의를 하게 됐다.”

―어떤 얘기였나.

“YS(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공통되고, 가장 큰 꿈은 통일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남과 북은 각각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반세기 넘게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는 ‘브리지(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리 세우려면 밑바닥 교각부터 세워야 하는데 역대 정부가 대부분 상판 올리고, 테이프커팅에만 신경 썼다고 쓴소리를 했다.”

―향후 대북 교류가 늘어날 것이다. 무엇이 원칙이 되어야 하나.

2008년 북한 남포 육아원을 방문한 홍정길 목사. 동아일보DB
2008년 북한 남포 육아원을 방문한 홍정길 목사. 동아일보DB
“현물 위주로 지원하면서 받는 손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직한 것이 오래간다. 못 할 것은 못 한다고 해야 한다. 북측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우리나라 국가법을 어겨서도 안 된다.”

홍 목사는 현재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대북 협상 라인이 북한을 잘 알고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무슨 우려인가.


“북한에는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북측이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때로 남측은 중구난방인 경우가 있다. 특히 일부 학자와 정치인 출신들이 예민한 문제를 마음대로 떠들고 있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유롭게 말하고 싶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서 떠나 학자만 하는 게 맞다.”

―미국 개신교계 등 보수 사회 분위기도 잘 아는 편인데….

“한마디로 6·25전쟁 때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국 젊은이 5만 명이 죽었는데 너희가 이럴 수 있냐, 공산화가 안 된 것을 한탄하느냐는 우려다.”

―문 대통령에게 할 조언이 있다면….

“지금 보수가 보이지 않는다. 독일 통일 외교의 사령탑이었던 한스디트리히 겐셔 외교장관은 소수당 출신임에도 18년간 외교를 담당했다. 보수를 끌어안는 대통령의 용인술이 필요하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구촌교회#홍정길 목사#남북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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