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출시 1년만에 점유율 10% 육박… 정말 덜 해로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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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포커스]7일 식약처 유해성조사 결과 촉각


흡연 경력 25년의 직장인 이경수 씨(48)는 약 6개월 전 일반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이었다. 이 씨는 “타르를 비롯해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전자담배가 훨씬 적다는 이야기가 많아 바꿨다. 금연이 쉽지 않으니 그나마 덜 해로운 담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다 보니 일반 담배 특유의 매캐한 냄새도 덜 몸에 밴다.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말로 전자담배는 덜 해로울까. 보건복지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만큼 해롭다”는 관점을 시종일관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일반 담배 겉면에 부착하는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12월부터 전자담배에도 붙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흡연자와 담배회사의 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쏠리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 세 종류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조사를 끝마쳤다. 결과는 이달 7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전자담배 폭풍 성장…보건당국 골치

충전식 전자장치에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고형물을 꽂아 사용하는 것이 궐련형 전자담배다. 불을 붙여 태우지 않고 고열로 찌는 방식 때문에 일반 담배의 연기와 달리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있고, 따라서 덜 해롭다는 게 대다수 흡연자와 담배업체의 주장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출발선을 끊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시 5월에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 갑이었다. 1년이 지난 올해 4월, 월 판매량은 2810만 갑을 기록했다. 100배 이상, 즉 1만 %를 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도 조사를 처음 실시한 지난해 11월 7.3%에서 올 4월 9.4%로 늘었다. 흡연자 10명 중 1명 정도가 전자담배로 갈아탄 셈이다.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자 흡연율 억제에 비상이 걸린 보건당국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4년 담뱃값 인상과 흡연 경고그림 게재로 흡연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체 담배 판매량이 2014년 43억6000만 갑에서 2016년 36억6000만 갑, 지난해 35억2000만 갑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지금과 같은 초고속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흡연율이 다시 상승할 우려가 작지 않다. 현재 국내 성인 흡연율은 23∼24%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규제에 나선 것. 지난달 복지부가 “12월부터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을 넣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복지부는 국내외 여러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전자담배 또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 여러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따라서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업계 반발…결과 발표에 촉각

담배업계는 찌는 방식으로 가열하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자담배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거나 포함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아이코스 증기는 (일반 담배 연기보다)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되어 있다”고 반박문을 올려놓은 상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설령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의 유해성이 있다고 해도 식약처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고그림부터 넣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와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만약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와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전자담배 시장이 일시적으로라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고그림을 포함해 전자담배를 규제하려는 보건당국의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정부의 전자담배 규제 동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당장 경고그림 도입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자담배#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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