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예정대로 6월 12일 열릴 수도…北과 논의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2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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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최소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 심지어 (원래 예정대로) 다음달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담 취소 선언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 의지를 밝히자, 취소한 지 하루도 안 되는 약 23시간 만에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을 밝힌 것. 북-미 정상이 하루 만에 대화 궤도로 재진입하려는 의사를 주고받으면서 벼랑 끝에 섰던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이 극적으로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회담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회담을 갖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대화를 놓고 북미)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을지 지켜보자. 회담은 심지어 12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warm and productive) 담화를 받은 것은 아주 좋은 뉴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담화가 상황을 어디로 이끌지 지켜보자. 바라건대 장구한 평화와 번영이 되길”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한 담화는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명의로 발표한 것이다. 김계관은 담화문 “(김정은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며 담화문이 김정은의 메시지라는 점을 부각한 뒤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김정은이 김계관의 입을 빌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장을 보낸 셈이다. 담화는 이어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해 왔다”며 트럼프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북-미 정상이 직접 나서 상대를 향한 유화 메시지를 던지면서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북-미 회담 재개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북한의 담화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및 군사적 옵션 검토 발언 후 6시간 반 뒤에 나왔고, 트럼프 트윗은 담화 후 14시간에 나왔다. 북미가 하루종일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대화 복원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등 양국 정상의 위임을 받은 고위급 인사들이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날선 신경전으로 북-미 간 상호 불신을 확인하는 등 살얼음 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회담 재개에는 여전히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주 초 수십 가지의 추가 대북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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