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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교육] 영어 울렁증? 최고의 외국어 학습비법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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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교육] 영어 울렁증? 최고의 외국어 학습비법 있다는데…

김호경기자 입력 2018-05-23 16:39수정 2018-05-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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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세계적인 영어 교육법 권위자 슽븐 크라센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

김호경 기자
기자의 영어 실력은 고3 때 이후 내리막길이다. 외국어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토익 점수와 무관하게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 앞에 서면 벙어리였다. 그래서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필 인터뷰이가 세계적인 언어학자라니.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 크라센 명예교수(77)는 평생 외국어를 어떻게 잘 습득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비결은 책 읽기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저서 ‘읽기혁명’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크라센 교수를 만났다. 영어 조기교육 논쟁부터 퇴보하는 기자의 영어실력에 대한 해법까지 묻고 싶은 게 많았다(인터뷰는 통역을 통해 이뤄졌다).


―왜 책 읽기가 중요한가.

“언어는 ‘학습(studying)’을 통해 ‘습득(acquisition)’하는 게 아니다.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며 고통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남이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읽은 걸 이해하는 게 언어 습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입력이 필요한데, 45년간 연구한 결과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언어 입력 수단이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쓰고 어휘력이 풍부해지며 문법도 잘한다. 지식을 쌓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하며,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즐거운 독서(Pleasant reading)’는 영어 교재를 읽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걸 골라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전 침대에서 보는 만화책도 재미를 느낀다면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세상에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다만 적절한 책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 읽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울 성북구 우촌초로부터 영어수업 컨설팅을 의뢰받은 크라센 교수는 방한 직후 가장 먼저 학교 도서관부터 들렀다.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했다.

“교육부의 방침은 문제없다고 본다.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사실 5학년쯤 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안 난다. 영어 유치원은 필요없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extremely important)하기 때문이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한국어를 익히는 게 먼저다. 이후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면 된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가.

“통상 발음 때문에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친구나 영화배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음을 배운다.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발음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는지, 언어습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다.”


―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 걱정인데….

“과거엔 라디오, 영화, TV가 책 읽기를 방해한다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정반대거나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미미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직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나쁘다는 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다. 무엇으로 보든 읽기를 즐기는 게 중요할 뿐이다.”

크라센 교수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논어’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돌이켜보면 기자는 영어 공부가 즐겁지 않았고, 자의로 영어 원서를 읽은 적도 없었다. ‘영어 벙어리’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해법은 명쾌한데 실천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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