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20만원”… 10대 소녀까지 노리는 ‘비공개 촬영’의 덫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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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사진 무단 유출 2차 피해 속출


“이곳 관리자님이 외국 국적이시고, 저도 외국 서버에 올려서 추적당할 가능성은 적지만….”

20일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온 ‘모델 A 씨의 출사(出寫) 사진을 공유하겠다’는 게시 글의 일부다. 이 누리꾼은 각종 모델 사진뿐만 아니라 성관계 영상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사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링크를 첨부하고 상세한 방법도 설명했다. 이 글은 21일 오후 8시 현재 조회수 5만8000건을 넘었다.

사진 모델들이 일부 동호회 같은 곳에서 찍은 비공개 사진이 당초 계약과 달리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온라인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확산되고 있다. 여성 모델의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대까지 유혹하는 비공개 출사

이 음란물 사이트에는 21일 하루에만 모델 10여 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유출된 사진을 게시하며 “쫄지(겁먹지) 말고 올리자”고 덧붙였다. 이 사이트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했더니 등록자와 관리자 모두 중남미의 파나마로 돼 있었다. e메일은 스위스의 암호화 e메일서비스 ‘프로톤메일’을 쓰고 있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IP주소를 우회하고 강력한 보안 e메일을 쓰는 것이다.

불법 유출 위험이 상존하는 이 같은 촬영 제의는 전문 모델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하는 20대 후반 여성 B 씨는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콘셉트 사진을 촬영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의상이 어떤 콘셉트인지 물었더니 “사실 누드 촬영까지 생각하고 있다. 돈을 후하게 주겠다”는 답신이 돌아왔다. B 씨가 거절했더니 “미안하다”며 연락이 끊겼다.

B 씨는 “주변에 좀 예쁘다 싶은 10대에게도 이런 제의가 종종 와서 내가 상담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 불법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례 중에는 10대 피해자도 있다.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장은 “사진 불법 유출을 겪은 이들을 상담해보니 계약서 자체가 굉장히 허술했다. 신체 노출은 어디까지 하는지, 초상권은 어떻게 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많게는 수백만 원 알바

경찰과 해당 업계에 따르면 비공개로 누드를 주로 촬영하는 스튜디오는 전국에서 10곳 안팎이다. 신체 노출이 많은 사진을 제안하는 경우 대부분 “유출하지 않고 개인 소장용”이라는 취지로 계약서를 쓴다. 모델료는 천차만별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1시간에 10만∼20만 원이지만 인지도가 꽤 있으면 수백만 원까지 받는다. ‘누드 화보 촬영에 100만 원을 달라’는 모델의 글이 오르기도 한다.

촬영자는 상당수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에서 활동한다. 보통 6명이 팀을 이뤄 모델 1명을 고용해 출사한다. 촬영할 때는 3명씩 조를 짠다. 촬영자는 대략 6만 원을 회비로 낸다. 동호회나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모집한다. 이들 사이에서 사진이 흘러나간다.

자신의 사진이 유출된 1인 유튜버 양예원 씨가 피해를 주장한 뒤 동호회의 비공개 모델 사진 촬영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같은 출사에 참여해 봤다는 남성 C 씨는 “함께 촬영한 다른 사람에게 ‘서로 바꿔 보자’며 사진을 받아내고는 온라인에 올리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비공개 촬영#노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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