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심야각의 열어 추경 신속 의결… 특검법은 상정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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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법안은 부처 의견들어야… 국회통과 4∼15일 뒤 상정 관례”
野 “특검출범 훼방 꼼수 아니냐”
최재경-김경수-강찬우-변찬우 등 변협에 추천된 특검후보 40명 넘어
지방선거뒤 빨라야 6월 말 출범

댓글 여론조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드루킹’ 특별검사(특검)법이 진통 끝에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심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뺀 추가경정(추경) 예산만 처리했다. 이에 따라 특검 추천과 수사팀 구성 등을 완료하면 특검은 빨라도 6월 말, 늦으면 7월 초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특검법 뺀 심야 국무회의에 야당 반발

정부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지 12시간 정도 지난 21일 오후 10시경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국무회의 안건에는 추경 공고안과 배정계획안만 상정된 뒤 곧바로 의결됐다. 드루킹 특검법은 국무회의 안건에서 빠졌다. 총리실은 국회를 통과하는 당일 혹은 다음 날 국무회의에 올려 신속히 처리하는 추경안과 달리 법안은 국무회의 상정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대통령령에 따라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제처장이 관계 부처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관례적으로 국회 통과 4∼15일 뒤 국무회의에 상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 특검이나 내곡동 특검의 경우에도 국회를 통과한 당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반면 야당은 반발했다. 국회가 본회의 통과 즉시 추경안과 특검법을 모두 정부로 이송했는데, 국무회의에서 상정조차 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추경 배정안은 오후 10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통과시키면서 드루킹 특검법은 미루기로 한 것은 국회의 합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또 “민주당에 이어 정부가 나서 특검의 출범을 훼방 놓는 꼼수를 부리나”라고도 비판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이후로 특검을 늦추려는 꼼수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을 공포한 지 14일 이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다음 국무회의가 29일 열리는 만큼 특검 임명의 마지노선은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다음 달 12일이다. 여기에 특검 준비기간 20일을 더하면 다음 달 말이나 7월 초가 돼야 특검 수사팀이 구성된다. 특검 임명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 수사 착수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 수사 기간은 60일에 30일만 연장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반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249명 중 183명이 찬성(반대 43명, 기권 23명)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특검이자 헌정 사상 13번째 특검이 출범하게 됐다.

○ 변협, 40여 명 중 심사 거쳐 후보 추천

그동안 ‘드루킹 특검’ 후보군 물색에 나섰던 변협은 이날 오후 후보군 추천 절차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변협은 특검법이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는 대로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열고 후보군을 압축할 계획이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풍부한 수사 경험과 함께 수사력이 뛰어나고 강직하며, 각종 외압을 뚫고 나갈 뚝심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최종 후보군으로 가려낼 계획”이라고 내부 인선 기준을 밝혔다.

변협은 추천 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별로 후보군을 추천받은 것 외에 변협 회원 2만4000여 명에게도 개별적으로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 변협은 이날 전직 변협 회장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까지 변협에 추천된 특검 후보군 인사는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검찰 고위직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8·사법연수원 17기)과 대검 중수부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6·17기), 강찬우 전 대검 반부패부장(55·18기), 김해수 전 대검 강력부장(58·18기), 변찬우 전 대검 강력부장(58·18기), 박민표 전 대검 강력부장(55·18기) 등이 후보군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론되는 후보 다수가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어 후보 인선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실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추천한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62·법무법인 민 대표변호사)은 여러 부담을 이유로 정중히 사양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이 법조 경력 15년 이상인 변호사 4명을 특검 후보자로 추려 국회에 추천하면 야3당 교섭단체가 이 중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이 1명을 선택해 최종 임명하게 된다. 현직 공무원이나 특검 임명일을 기준으로 공무원을 퇴직한 지 1년이 넘지 않으면 후보가 될 수 없고 정당에 소속되거나 당적이 있던 사람, 공직선거에 후보자나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던 후보자도 배제된다.

김상운 sukim@donga.com·김윤수 기자
#드루킹#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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